선거서 불거진 日민심 우경화…'일본인 퍼스트' 우익 정당 돌풍
연합뉴스
입력 2025-07-21 05:10:31 수정 2025-07-21 05:10:31
'극우' 신생 참정당, 의석 크게 늘려…사회문제 원인 관련 외국인 겨냥
일부 기성정당도 외국인 규제 언급…"각 당이 배외주의 선동 경쟁"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지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은 천황(일본에서 일왕을 칭하는 명칭)이 다스리는 군민 일체의 국가", "교육칙어 등 역대 조칙(임금의 명령을 알리는 문서)은 교육에서 존중해야 한다."

20일 열린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성향 신생 정당 참정당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내세운 새 일본 헌법의 초안 1조와 9조에 담긴 내용이다.

일본 참의원 선거 도쿄 유세 활동[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태평양 전쟁에서 패하기 전 천황제 기반의 옛 일본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1945년 전쟁에 패한 뒤 연합군 사령부(GHQ) 점령기에 만들어진 현행 일본 헌법은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 등이 토대로 천황은 국민적 통합의 상징적 존재로만 규정됐다.

하지만 참정당의 헌법 초안은 주권이 국민이 아니라 천황에게 있다고 선언한 셈이다.

교육칙어는 군국주의 교육의 상징으로, 연합군 사령부에 의해 폐지된 바 있다.

이런 참정당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크게 약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정당의 종전 참의원 의석수는 2석에 불과했지만 21일 중간집계 결과 이번 선거로 총 14석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참정당은 참의원에서 예산을 동반하지 않은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기준인 11석을 넘겼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주장이 고물가와 양극화 등에 허덕이는 일본인들의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이야기다.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창당 5년도 안 된 신생 정당 돌풍…우익 포퓰리즘에 뿌리

참정당은 현 대표인 가미야 소헤이(47) 의원을 중심으로 2020년 4월 창당된 신생 정당이다.

가미야 의원은 간사이대 졸업 후 몇 년간 고교에서 세계사와 영어를 가르치다가 2007년 오사카부 스이타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 뒤 2012년 자민당에 입당해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유튜브 등 인터넷 채널을 통해 음모론이나 보수 성향의 정보를 설파하다가 2020년 뜻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시작한 게 지금의 참정당이다.

도쿄 시내 모습[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앙 정계에는 참정당 비례대표로 2022년 참의원 의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놨다.

그는 이런 활동 과정에서 유대계 국제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등 음모론적 세계관을 펴면서 전통을 중시하는 '우익 사관'을 강조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일본인 퍼스트'가 상징하듯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에 돌리는 듯한 정책을 대거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세부 공약으로는 외국인에 의한 부동산 매입 제한, 비숙련·단순 노동자 수용 규제,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을 내걸었다.

그는 선거전이 공식 개시된 지난 3일에도 "싼 노동력이라고 해서 외국인을 자꾸 끌어들이면 일본인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며 저소득 노동자층이 품어온 불만의 대상을 외국인에 돌렸다.

한편으로는 작년 기준 45.8%인 국민부담률(국내총생산에서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 부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35%로 낮추고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 반이민 내세우는 유럽 극우 우익과 닮아

이번 선거에서 참정당 돌풍은 유럽에서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정당의 인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현지에서 나온다.

기본적으로는 높은 물가 상승과 뒷걸음치는 실질 임금, 양극화에 허덕이는 시민들의 불만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게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일본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참정당이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며 외국인 관련 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을 계기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외국인이 생활보호제도에서 우대받고 있다는 등 근거없는 정보가 확산됐으며 다른 정당들도 외국인 규제 엄격화 등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집값이나 집세 상승 원인 중 하나가 해외 부유층의 부동산 구입 증가"라며 "외국인 부동산 구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민주당은 외국인 사회보험 가입실태 조사 및 운용 적정화, 외국인 토지 취득 규제 등을 공약에 넣었다.

일본 정부도 선거 기간인 지난 15일 외국인 정책 총괄 조직인 '외국인과의 질서 있는 공생사회 추진실'을 출범시켰다. 다만 이 조직 출범이 참정당의 인기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재는 선거 유세에서 "일본의 문화, 역사, 전통 같은 것을 잘 지켜가면서 외국인들이 규칙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참정당의 공약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참정당이 피운 불꽃은 이처럼 큰불로 커지는 모양새다.

외국인 정책이 일본 선거에서 이처럼 주목받기는 처음이다.

참정당은 자민당의 30∼40대 젊은 보수 지지층을 흡수하며 지지율을 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민당은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비교적 중도 보수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정부 때는 '성소수자(LGBT) 이해 증진법'이 입법화되자 당내 스펙트럼에서 오른쪽에 있는 지지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 민심 파고든 배외주의에 우경화 우려 커져

외국인에 공격 화살을 돌리는 흐름이 아직은 전체 정치권으로 번진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다문화 상생 사회기본법이나 난민보호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으며 공산당도 외국인 인권과 상생을 위한 법률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무라 도코모 공산당 위원장은 "외국인을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조류가 고개를 들고 있다"며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우파 포퓰리즘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6일 강연에서 "구조적인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만일 참정당 인기가 사라지더라도 유사한 존재가 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자와 연대하는 전국 네트워크' 등 현지 8개 민간 단체도 지난 8일 공동 성명을 내고 "각 당이 배외주의 선동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문인 단체인 일본펜클럽은 15일 성명에서 "외국인을 문제 삼는 정책이 나오고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하고 있다"며 "유언비어와 차별 선동이 과거 간토대지진 때는 조선인 학살로 이어진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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