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서 "국민 기대 부응못한 외교부 대표해 사과"…"한반도 평화 정착 최우선"
"방미 시기 미측과 협의…日 과거사 문제, 우리 소망·압박만으론 안 돼"
"방미 시기 미측과 협의…日 과거사 문제, 우리 소망·압박만으론 안 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김지연 기자 = 이재명 정부 첫 외교당국 수장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취임 일성으로 삼았다.
조 장관은 21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근래의 외교와 외교부를 돌아보며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도 있었다.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도 끝까지 '올인'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MBC를 제소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고 말해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소송을 외교부가 제기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급기야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이런 모든 과정에서 그간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에 외교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은 하지 않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확실히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지정학적 불안정과 긴장이 심화되는 이 시기에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단계적, 실용적 접근 기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며 "주요 주변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외교 다변화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교부 직원들을 향해 "상사 입장이나 지시를 무조건 따르고 분위기를 고려해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것도 하나의 아첨"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또 불필요한 문서나 격식은 줄이자고 제안했다.

조 장관은 앞서 이날 첫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미국 방문과 관련, "종합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를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서 취임하게 되면 이른 시일 내 미국을 찾아 관세 협상을 챙기겠다고 한 바 있다.
그는 관세 협상을 흔히들 '제로섬'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협상을 해 본 경험에 비춰보면 항상 '논 제로섬'이 나온다.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외교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협상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윈윈'을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다.
조 장관은 한일 관계, 특히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사회에 관해 이해해야 한다. 왜 일본 사회가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가, 이런 것을 잘 이해한다면 과거사 문제를 우리가 소망하거나 또는 압박하거나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다자·통상외교 분야에서 활약한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부 1·2차관을 지냈다.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야당도 그에 대한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참여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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