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담양과 손잡고 '호남 상생'…김제, 새만금서 '균형 발전'
전북도, 순창 '구애'에 미온적 태도…중재 노력도 '지지부진'
김관영 "새만금에 부지 있어"…지역 정가서 "정치적 판단"
전북도, 순창 '구애'에 미온적 태도…중재 노력도 '지지부진'
김관영 "새만금에 부지 있어"…지역 정가서 "정치적 판단"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국 지자체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한국마사회 유치전에 전북 순창군과 김제시도 뛰어든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가 '내부 교통정리'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지자체 중 어느 지역에 마사회를 유치할지 내부적으로 정해야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데, 이대로라면 전국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두고 전북이 자칫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순창은 제21대 대선 이후 본격화할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맞춰 전남 담양과 함께 호남 상생 협력사업 추진 계획을 짰다.

골자는 순창과 담양에 한국마사회 본사를 포함한 렛츠런파크(말 테마공원)를 유치, 호남의 상생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순창 팔덕면 61만평에 경마시설과 한국마사회 본사 등 관리시설을, 담양 57만평에 승마시설과 승마 체험시설 등을 짓는 게 핵심이다.
마권세(馬券稅) 등 소위 돈이 되는 한국마사회 본사, 경마장을 순창에 세우기로 담양과 합의도 마쳤다.
순창은 호남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이 사업 계획을 전북도에 피력, 대선 공약에 포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마사회 유치를 향한 김제의 열정도 만만치 않다.
김제는 유치 부지 1순위로 새만금 원형섬(78만평)을, 2순위로 수변도시 공공용지와 농생명용지 6공구를 정했다.
마사회를 이전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고 새만금을 말 산업 및 말 문화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게 목표다.
이미 조성된 새만금 말산업복합단지(6-2공구)와 연계하면 말 산업 활성화가 가능하고 2026년 새만금항이 예정대로 개항하면 중국 경마 인구도 흡수할 것으로 김제시는 자신한다.
제주와 경북 등 다수의 지자체가 한국마사회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순창(호남 상생협력)과 김제(지역 균형발전)는 저마다의 논리로 상급 기관인 전북도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관건은 전북도가 중재에 나서 유치 가능성이 높은 '전북 선수'를 결정, 타지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순창은 호남 상생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여러 차례 전북도와 접촉하면서 관심을 끌어내려 했지만, 도의 반응은 미온적이거나 무응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김관영 도지사의 마음이 김제로 기울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이에 대해 김 도지사는 "새만금에 이미 한국마사회를 유치할 부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광역지자체 내의 기초지자체 2곳이 경쟁 중인데 어느 한쪽의 사업만 대선 공약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도지사의 반응은 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근 군산과 김제 사이 갈등이 첨예했던 새만금 신항의 운영 방식이 군산의 주장대로 '투포트(Two-Port·군산항과 신항 운영 분리)'가 아닌 '원포트(One-Port·군산항과 신항 통합 관리)'로 결정 났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가 원포트에 힘을 싣는 전문가 자문단 의견을 해양수산부에 제출했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제의 원성이 커졌고 민심을 달랠 카드가 바로 '한국마사회 이전'이라는 것이다.
도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재선에 나서는 김 지사가 새만금 신항 문제로 낙담하고, 순창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김제를 정치적 판단으로 다독거리겠지만, 이른 시점에 객관적으로 유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결정해야 대선 이후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이 본격화할 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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