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동 옷속 녹음기로 교실 대화 녹음…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1심 벌금 선고유예 뒤집혀…특수교사들 '환호'·주씨 "법원 판단 존중"
1심 벌금 선고유예 뒤집혀…특수교사들 '환호'·주씨 "법원 판단 존중"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김은정 강희경 곽형섭 부장판사)는 13일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지난해 2월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됐던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1심과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해 아동 모친이 자녀 옷에 녹음 기능을 켜둔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이뤄진 피고인과 아동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런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므로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검사는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고 녹음자가 모친인 점을 볼 때 피해 아동이 모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아동과 모친은 엄연히 별개의 인격체"라며 "모친의 녹음행위와 피해 아동의 녹음행위가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검사 주장을 배척했다.
아울러 "모친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 조각(阻却·배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배척하면서, 녹음파일을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고소장, 피해 아동의 진술조서, 원심 법정에서의 증인 진술 등)에 대해서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발언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은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녹음 행위에 대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가 명백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 모친이 피해자에 대한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대화를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날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일부 특수교사는 환호하거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주호민 씨와 그의 아내도 참석했다. 주씨 부부는 선고 직후 뒤집힌 판결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주씨는 취재진에게 "굉장히 속상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주씨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young86@yna.co.kr
"금전 요구한 적 없어"…'주호민 아들 정서학대' 특수교사 항소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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