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찬성, 고통스러운 결정…나에게 '배신자 프레임' 씌워"
"우린 '계엄 막은 당'이어야"…'내란 자백' 尹 비판에는 "내가 부족했다"
"우린 '계엄 막은 당'이어야"…'내란 자백' 尹 비판에는 "내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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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2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데 대해 "지지자들이 입게 될 마음의 상처를 잘 알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출간된 자신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은 나에게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윤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전 대표는 "탄핵으로 상처 입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그 마음에 공감하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16일 당 대표직 사퇴 후 두 달 넘도록 일체의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당과 보수, 대한민국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단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며 "비판은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이 자행한 폭거들로 인해 대통령이 느꼈을 좌절감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 내가 어느 누구보다 더 공감한다"면서도 "이 모든 문제는 정치와 사법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일들"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지금도 계엄을 막으려 한 나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프레임 씌우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묻고 싶다. 만약 그때 계엄을 해제시키지 못했다면 우리나라, 우리 경제와 안보, 보수진영 그리고 우리 당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됐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엄을 막은 당이어야 한다"며 "계엄을 옹호한 당이 돼서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또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 확정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계엄을 엄정히 단죄하지 않으면 이재명의 계엄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계엄을 해도 조기 퇴진도 거부하고 탄핵도 당하지 않으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며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전례를 내세워 사법부를 통제하고,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 번이고 계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2일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말해 당내에서 비판받은 데 대해 "사전에 준비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돌아보니 어차피 차차 법적 판단이 이뤄질 텐데 그 시점에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같은 해 12월 14일 열린 의총에서 '비상계엄은 제가 한 게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상황을 두고는 "린치당하듯이 면전에서 욕을 먹고 있는 모욕적인 상황이었다"면서도 "(돌이켜 생각하니) 거기 있던 사람들 모두 혼란스럽고 불안했을 테니 당 대표로서 험한 말이라도 그냥 들어주기만 할 걸 그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지속해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만약 (대통령)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그냥 뒀을지도 모른다"며 "대통령과 이 정부에 대한 진심 어린 충정의 마음에서 문제를 바로잡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해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국민에게 신뢰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정말 바랐고, 그래서 남들은 권력자에게 찍힐까 두려워서 하지 않는 직언을 했던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굉장히 높은 벽을 느꼈다. 절망감을 느낀 적도 많았다"고 했다.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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