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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서나 혼인신고' 효과 봤나…中 1∼3분기 결혼 증가

연합뉴스입력
"결혼·출산 기피 장기 추세 반전 아냐" 전문가 분석도
중국 산둥성 칭다오 링산만에서 웨딩촬영하는 커플들[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결혼·출산 기피 추세로 인구가 감소하는 중국에서 올해 1∼3분기 혼인등기(혼인신고)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적지나 거주지가 아닌 전국 각지에서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하고 장기 결혼휴가와 결혼 장려금 등 각종 지원책을 펼친 것이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24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민정부가 최근 공개한 올해 1∼3분기 전국 혼인신고 건수는 515만2천건이었다.

이는 작년 동기(474만7천건)보다 40만5천건(8.5%)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지난해 전체 혼인신고 건수는 610만6천건으로 전년도(768만건)보다 157만4천건(20.5%) 감소했다. 이는 1980년 혼인법 개정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확립된 이후 44년 만에 최저치였다.

1980년 이후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천346만9천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9년 연속 줄어 2022년에는 700만건 아래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뤘던 결혼이 몰린 2023년 768만2천건으로 10년 만에 반등했으나 작년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혼인신고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혼인신고 편의를 높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은 지난 5월 개정 '혼인신고 조례'를 시행해 전국에서 후커우(호적) 증명서 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전국 통합 처리'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중국 본토 주민이 혼인신고를 하려면 호적지 또는 거주지 혼인등기소에 가서 신분증과 함께 호적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으나 5월부터는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각지의 혼인등기소에서 혼인신고가 가능해졌다.

혼인신고 전국 통합처리로 농민공(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에 온 노동자) 등 이주 노동자들의 혼인신고가 더 용이해졌다.

유명 관광지에서 혼인신고를 겸해 신혼여행을 하는 사례도 생겨나면서 신장, 하이난 등에서는 새로운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혼인신고 여행지' 중 하나는 신장 지역 싸이리무(賽里木·사이람) 호수다.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수정같이 맑은 물의 호수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1만1천건 이상의 결혼이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9천건 이상이 새 혼인신고 조례가 시행된 5월 이후였다.

한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하루에 50건 이상의 혼인신고를 처리했다면서 이곳에서 결혼하는 커플들은 사이람 풍경구에 평생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지방정부들도 결혼휴가 기간을 늘리고 관내에서 혼인신고하는 신혼부부들에게 보조금·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 각종 결혼 장려책을 내놓고 있다.

제일재경은 현재 중국 내 29개 성(省)에서 결혼휴가 기간을 늘렸고, 산시성과 간쑤성이 가장 길어 30일 결혼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저장성은 항저우와 닝보 등 여러 지역에서 처음 혼인신고하는 신혼부부에게 1천 위안(약 20만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있으며 후베이성 톈먼시는 신혼부부에게 6만위안(1천240만원)의 주택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혼인신고 증가가 중국의 결혼·출산 기피와 인구 감소 추세의 반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인구통계 전문가 왕펑은 "당국자와 관영매체는 인구 증가를 나타내는 긍정적인 신호를 찾고 있다"며 "하지만 이 통계로 잘못된 희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 결혼과 출산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가 압도적"이라고 FT에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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