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승전 80년' 맞아 몸집 두배 키운 中항일기념관…곳곳 애국 강조
연합뉴스
입력 2025-07-09 09:00:03 수정 2025-07-09 09:00:03
공산당 항일투쟁·日전쟁범죄·美中협력 등 문물 5천여점 전시
10년 전 기념관 방문했던 시진핑, 올해는 산시성 항일유적지 시찰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8일 재개장한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을 찾은 베이징 시민들의 모습. 2025.7.9 xing@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일본의 침략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중화민족이 14년 동안의 항일전쟁에서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8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서부 외곽 노구교(盧溝橋·루거우차오) 인근의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중일 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 사건(7·7사변) 88주년과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80주년을 맞아 이날 확장 재개장한 기념관을 부모와 함께 찾은 한 중국 학생은 전시를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은 1982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을 계기로 1987년 만들어졌다.

2005년 대규모 리모델링을 했던 기념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재차 개조 공사를 해 새로 문을 열었다.

처음에 1천320㎡ 규모였던 전시 공간은 작년까지 6천700㎡로 커졌고, 올해는 지하 전시장을 추가해 총면적이 1만2천200㎡로 더 확대됐다. 기념관 주변의 노구교성(城)은 관광단지 형태로 개발된 상태다.

이날 시작된 전시는 '민족 해방과 세계 평화를 위해'를 주제로 삼고 중국공산당의 항일 투쟁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국의 공헌, 일본군 만행 등 8개 파트로 구성됐다. 사진 1천500여점과 문물 3천200여점 등 모두 5천여점이 전시된다.

기념관 관계자의 전시 설명을 들으며 기념관을 돌아봤더니 한 번도 멈추지 않았음에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전시장은 컸다.

AI 기술이 접목된 중국 항일전쟁기념관 전시물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8일 오후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서 항일전쟁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이 영상에 AI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2025.7.9 xing@yna.co.kr

전시장 곳곳에 상영된 영상 가운데는 중국이 최근 자랑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화질을 높이거나 재연한 것들도 있었다.

일본 731부대의 생체 실험 등 기록물이 전시된 곳에서는 중국 관람객은 물론 이날 초청된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도 일부 탄식이 들렸다. 기념관 관계자는 중국 동북 지역에서 활동하던 일본군이 항복 후 독극물 등을 땅에 묻어 여전히 발굴이 덜 된 상태고, 중국의 토양 오염을 유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남경대학살 등 사안에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온 일본의 주장을 의식한 듯 일본군이 썼던 포탄과 철조망, 방독면 등 장비를 간체자 '증'(证)자 모양으로 배치한 대목도 눈에 띄었다.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일본군 물품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8일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일본군이 자행한 남경대학살 등과 관련한 증거들이 한자 간체자 '증'(证)자 모양으로 배치돼있다. 2025.7.9 xing@yna.co.kr

2차 세계대전 당시 국제 협력을 다룬 파트에서는 당시 중국에 900대가량의 항공기와 대포 1천100여문, 포탄 200만발, 소총 5만자루 등 물자와 군사 고문을 제공한 소련(러시아)의 역할만큼이나 미국의 원조와 미중 공조 역시 강조됐다.

중일전쟁 당시 중국 국민정부를 도운 항공부대 '플라잉 타이거스'(중국 명칭은 비호대<飛虎隊>)와 일본 도쿄를 폭격한 뒤 중국에 피신한 둘리틀 특공대 등이 중점 소개됐다.

중일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항공부대 '플라잉 타이거스'의 물품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중일전쟁 당시 미국 지원병으로 구성됐던 항공부대 '플라잉 타이거스' 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2025.7.9 xing@yna.co.kr

마오쩌둥·덩샤오핑 등 항일전쟁을 몸소 거친 옛 지도자들 이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적과 언급이 강조된 점도 눈에 띄었다.

기념관 첫머리에 전시된 마오쩌둥 전 주석의 언급은 "전쟁 역사상 기이한 일, 중화민족의 쾌거, 경천동지할 위업"으로 비교적 간단했으나, 시 주석의 말은 "위대한 중국인민항일전쟁은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의 동방 주전장을 열었다. 민족을 위기에서 구하고 민족 독립과 인민 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위대한 사업은 찬란한 역사책으로 남길 공헌을 만들어냈다"로 훨씬 길었다.

항일전쟁기념관 찾은 관람객과 외신기자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8일 재개장한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서 중국인 관람객들과 외신기자들이 전시를 둘러보는 모습. 2025.7.9 xing@yna.co.kr

한편, 10년 전인 2015년 7·7사변을 기념해 항일전쟁기념관을 찾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던 시 주석은 전승절 80주년인 올해는 베이징이 아니라 북부 산시(山西)성을 방문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7∼8일 산시성 양취안(陽泉)시와 타이위안(太原)시 등을 시찰하고, 항일전쟁 유적지 중 하나인 백단대전(百團大戰) 기념관을 찾았다.

백단대전은 1940년 8∼12월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팔로군이 화베이(華北) 지역에서 일본군과 벌인 일련의 전투를 일컫는다. 일본과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대륙 세력 확장에 힘을 쏟았던 중국공산당이 비교적 강하게 일본과 부딪쳤던 사건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7일 산시성의 항일전쟁기념관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시 주석은 "백단대전의 역사적 쾌거는 전 민족의 항전 중에 우리 당이 중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며 "항전 이야기를 잘해 위대한 항전 정신이 대대로 이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산시성 시찰에는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동행했다. 베이징 항일전쟁기념관 재개장 행사는 중국 공식 서열 5위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주관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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