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땀 줄줄 흐르는데 선풍기 바람으로 버티며 "난 괜찮아요"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요즘엔 에어컨 없는 집을 찾기 힘든데… 이렇게 지내시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하죠"
9일 오전 9시 30분께 충북 청주시 모충동의 한 빌라에 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 직원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독거노인 김광수(80)씨의 집을 찾았다.
어두운 계단을 올라 세대 현관이 다닥다닥 붙은 낡은 복도를 지나자 활짝 열린 현관문 너머로 10㎡ 남짓한 단칸방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인데도 온도는 32도에 달했고, 공기는 뜨겁게 느껴졌다. 김씨는 침대에 앉아 선풍기의 마른 바람을 쐬고 있었다. 침대 앞 창문은 완전히 열려 있었다.
김씨는 "잘 지내셨어요? 덥진 않으세요?"라는 직원들의 인사에 "나야 원래 더위를 안타니까…"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 집의 에어컨은 김씨가 입주한 15년 전 즈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 침대 머리맡에 있는 오래된 벽 내장형 에어컨 위엔 그의 모자가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집 안은 가만히 서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더웠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다는 김씨도 한증막처럼 푹푹 찌는 낮은 버겁다고 했다.
김씨는 오전 10시가 되면 근처에서 친구가 운영하는 카센터 고객 대기실로 피서를 갔다가 오후 2시쯤 기원으로 이동한다. 이후 해가 완전히 저문 오후 8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나마 성한 선풍기가 있어 창문을 열면 밤엔 자는 덴 큰 지장이 없다고 했지만, 열대야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김씨는 위아래 각도 조절이 되지 않는 고장 난 선풍기를 수년간 쓰다가 이달 초 주민복지팀 직원들이 갖다준 새 선풍기를 최근에서야 틀기 시작했다.
김씨는 옆에 있던 주민복지팀 직원이 "동 사무소에 진작 오시기 그랬냐"고 하자 "제가 (선풍기) 지원받으면 다른 사람이 지원을 못 받지 않느냐"며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움 요청을) 안 했다"며 겸연쩍어했다.
이어 "혼자 살고 있는데 직원들이 매달 반찬도 갖다주고 잘 챙겨줘서 덕분에 잘 산다"면서 "참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기초생활수급자 등 폭염 취약계층 주거지를 4천420회 방문해 안부를 확인했다.
같은 기간 1만3천34건의 안부 전화를 하고 문자 3만1천100건을 발송했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전날에만 선풍기 67개, 암막 양우산 96개, 냉스카프 323개 등 냉방 용품을 지급했다.
이·통장을 포함한 2천400여명은 '재난도우미'로 지정돼 취약계층 예찰 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청주는 지난달 28일부터 13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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