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4년 거의 모든 선거 연루…윤상현·김영선·김상민 등 줄소환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김건희 여사에 관한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8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 '공천개입 의혹'은 특검법에서 명시한 핵심 수사 대상 중 하나다.
수사 대상을 규정한 특검법 2조 1항의 16개 조항 중 무려 3개 조항이 공천개입 의혹에 관한 것이다.
그 내용을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나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는 2020년부터 작년까지 치러진 거의 모든 전국 단위 선거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명씨가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해주고 그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명씨는 총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이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 명씨에게 '윤상현 공관위원장에게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얘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통화 녹취록도 공개됐다.

2022년 보궐선거에서 결국 공천받아 당선된 김 전 의원은 작년 4·10 총선 공천개입 의혹에도 등장한다.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의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에 김 전 검사를 출마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뼈대다. 김 여사 측 압박으로 김 전 의원은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한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김 전 검사와 함께 공천에서 탈락했다.
명씨는 당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창원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김 전 검사는 작년 8월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특검법에는 2022년 6월 1일에 치러진 제8회 동시지방선거 공천개입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나온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 선거에서 국민의힘 포항·평택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고 의심받는다.
당시 국민의힘은 공재광 전 평택시장을 탈락시키고 여론조사 결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친윤'계 최호 예비후보를 단수 공천했다가 당내 반발을 샀다. 최 예비후보는 결국 본선에서 민주당에 패했다.
포항시장 경선에선 김 여사가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을 밀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이던 개혁신당 국민의힘 의원은 경북도당에서 3선에 도전하던 이강덕 예비후보를 '컷오프'(공천 배제)하자 중앙당 차원의 경선을 결정했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공천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계속 얘기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밖의 수사 대상인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이듬해 재·보궐선거에는 각각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장한다. 두 인물이 명씨로부터 불법·허위 여론조사를 받았다는 게 뼈대다.
홍 전 시장은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 21대 총선부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10여차례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총 6천만원 상당 비용을 측근들에게 대납시킨 혐의로 고발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캠프가 불법적으로 당원 명부를 입수해 명씨의 여론조사에 활용하게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오 시장의 경우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미래한국연구소가 13차례 비공표 여론 조사를 하는 데 들어간 비용 3천300만원을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씨가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공천·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특검 수사는 궁극적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우선 이번에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윤 의원과 김 전 의원, 김 전 부장검사, 명씨 등을 차례로 소환해 의혹의 사실관계를 다진 뒤 윤 전 대통령 부부도 소환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관련자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신속한 수사를 예고했다.
명태균 의혹의 최초 제보자인 강혜경 씨는 특검에 먼저 연락해 참고인 조사를 받겠다고 알리고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강씨 측은 의혹과 관련된 각종 포렌식 자료와 계좌자료 등을 수집·정리해 특검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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