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막 문화예술세계총회서 '다중위기 시대 예술의 미래' 발표
슈토커 예술감독 "AI 시대에도 주체는 인간…예술은 사람 이야기"
슈토커 예술감독 "AI 시대에도 주체는 인간…예술은 사람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예술가는 사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인공지능(AI)의 출현과 기후 변화 등 전 지구적인 다중위기 시대에 예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문화예술세계총회 사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디어 아트 작가 김아영과 오스트리아의 예술·기술 융합기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의 게어프리트 슈토커 예술감독이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은 거창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28∼3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열리는 문화예술세계총회에서 '전 지구적 다중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구상'을 주제로 각각 발표에 나선다.
지난 2월 한국인으로는 처음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김 작가는 "예술이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직접 제시할 수는 없다"며 "예술가는 주어진 것들에 반응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0∼40년 전 공상과학 소설가들이 상상한 것들이 지금에 와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술가는 그러한 방식으로 선지자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슈토커 감독의 견해도 김 작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예술가의 상상력은 공학자나 정치인이 좀 더 책임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된다"며 "예술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해결을 위한 영감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예술에 미칠 파장에 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작가는 "인간과 AI가 협업을 하더라도 예술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노동"이라며 "언젠가는 판도가 바뀔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AI가 예술의 가치를 만드는 역할까지 인간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기술에 대해서는 비관주의나 낙관주의 모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주조가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술 문해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슈토커 감독도 '예술의 주체성'을 거론하며 김 작가 견해에 동의를 표했다. 그는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는 바로 언어로, 인간은 그 언어로 이야기하는 존재"라며 "결국 예술은 인간의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세계총회 참석자들을 대표해 이날 간담회에 나선 김 작가와 슈토커 감독은 서로의 인연도 짤막하게 소개했다.
지난 2023년 영상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주최하는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을 받은 김 작가는 당시에도 예술감독이던 슈토커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 작가는 "2023년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을 받으면서 미디어의 관심 등 모든 것이 시작됐다"며 "이후 제게 너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고, 지난 2월 LG 구겐하임 어워드도 수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슈토커 감독은 "상을 받은 김 작가의 작품은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장을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사례였다"며 "사회적 맥락에서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깊이 있게 보여준 차원이 다른 예술적 탐구였다"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문화예술세계총회는 세계 문화예술 분야 석학, 정책 입안자, 연구원들이 모여 각국 문화예술기관의 정책 연구를 교류하고 문화예술 생태계 의제를 논의하는 행사다.
'문화예술의 미래 구상'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총회에는 영국예술위원회를 비롯해 전 세계 80여 개국 문화부 관계자, 예술위원회 및 문화예술기관 대표, 정책 전문가, 예술가, 연구자 400여 명이 참석한다. 김 작가와 슈토커 감독을 비롯해 전 세계 65개국, 106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36개 세션을 통해 문화예술의 미래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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