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관측·우주망원경 미국과 공동 개발…우주임무 위한 인재유치 과제

(사천=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한국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를 표방하며 작년 5월 출범한 우주항공청이 오는 27일로 1주년을 맞는다.
국내 첫 우주항공 전담 정부부처인 우주청은 1년간 국제 협력과 공동연구를 강화하고 직할 우주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 생태계를 혁신하는 등 성과를 냈다. 우주항공청 개청일인 5월 27일을 '우주항공의 날'로 제정하고 국가우주위원회 운영을 활성화하는 등 우주항공에 대한 민관의 관심을 끌어모으는데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재사용 발사체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등 우주항공 임무전략 마련에서는 국내외 전문인력 충원 지연 등 영향으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태양관측망원경 등 국제협력 성과…우주항공의날 제정도
우주청은 작년 5월 사천공항과 항공기 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정비(MRO) 전문업체 한국항공서비스(KAEMS),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있는 경남 사천시에 개청한 뒤 우주항공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주항공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직할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의 조직과 연구 사업을 개편해 차세대발사체,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달탐사 등 국가 임무 중심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산학연 공동 R&D를 추진했다.
또, 지난 4월 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개발해 발사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의 첫 촬영사진이 공개되는 등 국제 공동연구 성과도 창출했다.
작년 11월 5일에는 미국과 공동 개발한 태양 코로나그래프(CODEX·코덱스)를 실은 스페이스X의 드래건 화물선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다. 코로나그래프는 밝기가 태양 표면의 백만분의 1 이하인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영역인 코로나(corona)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으로, 코로나 형상뿐 아니라 온도와 속도를 동시 관측해 2차원으로 구현할 수 있다.
우주청은 지난 4월 한·미 민간우주대화를 개최하는 등 우주 분야 국제협력도 활성화했다. 독일,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우주 선진·신흥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협력의 지평을 확장하고 지난 3월 한·사우디 협력포럼, 4월 한·체코 협력포럼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했다.
우주청 개청과 함께 총리 직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되고 규모가 확대된 국가우주위원회를 활성화해 국가적 우주 역량 결집에도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 11월에는 우주항공 5대 강국을 실현하고 우주항공 경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우주청 개청일인 5월 27일이 국가기념일인 '우주항공의 날'로 제정됐다.
우주청은 오는 27일 사천 본청에서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우주항공 주간'인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과천과학관 내 누리호 실물모형 제막 등 전국 15개 시도에서 우주항공 문화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34가지를 선보인다.
◇ 우주항공 임무 전략 마련 등 과제…지역적 한계 극복 필요성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이 미진하다는 지적 등은 우주청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작년 9월 개청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구 저궤도 수송 비용을 현재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절반 수준인 1㎏당 1천 달러 이하로 낮출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주청이 이른바 '우주 고속도로'라고 부르는 이 사업이 시행되면 수송 비용이 1㎏당 2만4천 달러 선인 누리호 비용의 20분의 1 이하로 낮아진다.
그러나 우주청은 21일 개청 1주년 간담회에서는 목표 수송 비용을 1㎏당 2천500달러 이하로 수정했다.
윤 청장은 "2030년대 중반까지는 발사체를 회수하는 데 성공해 재사용할 경우 2천500달러 대로 맞출 수 있는 안"이라며 1천달러 대로 낮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2단 회수를 할 수 있는 또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하며 그 시점은 2030년대 중반이 아닌 2040년 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주청은 지난 15일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서 KPS 위성 1호기 개발, 발사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20개월 늦어진 2029년 9월로 조정했다.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업체 선정, 설계안 변경 등에서 지연이 있었고 위성항법개발본부 추진 체계에서도 일부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게 우주청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위성 8기 배치를 2035년까지 완료하겠다는 최종 사업 목표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주청 개청 전후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던 달 탐사와 우주 탐사 관련 구체적 로드맵 제시도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전문인력 충원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청은 작년 5월 개청 당시 293명 정원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0명만으로 출발했다. 우주탐사 관련 프로젝트의 기획과 설계를 진두지휘할 우주탐사부문장은 개청 9개월이 지난 올해 2월 말에야 선임됐다.
수도권이나 대전, 세종 인근 우주 연구기관이나 정부부처 직원들이 한반도 최남단에 있고 인구 10만명의 소도시 사천으로 이주하는 것을 꺼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천시까지 나서 우주청 직원들에게 숙소 월세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숙소가 허허벌판에 있어 직원 절반은 인근 진주시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구 약 34만명의 경남 서부권 중심도시이자 광양만, 부산경제자유구역과 접근성이 좋은 진주시 등과 연계를 강화하고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 청장은 예산 문제와 관련, "일본만 해도 우리나라의 5배, 미국은 30배 정도 큰 예산을 갖고 있다"며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한다면 우주 개발이 앞으로 제3의 기적을 창출하고 우주청이 맞춤형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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