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제주에 각각 500MW·40MW…"전력망 안정성 강화"
산업 기여·재활용성 등 평가해 7월 낙찰자 선정…국내 배터리사 '삼파전' 가능성
산업 기여·재활용성 등 평가해 7월 낙찰자 선정…국내 배터리사 '삼파전'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우리나라에서 총사업비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계통 부족 및 발전소 출력 제어 해소를 위해 540MW(메가와트)에 달하는 배터리 ESS를 도입하기로 하고 사업 입찰 공고를 낸다고 22일 밝혔다
배터리 ESS는 전기 생산이 수요보다 많을 때 전기를 우선 충전해뒀다가 전기 수요가 많을 때 전기를 대주는 '전기 저수지' 역할을 하는 설비다.
산업부는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배터리 ESS 중앙 계약 시장 운영을 위해 육지와 제주에 각각 500MW, 40MW 규모의 ESS를 도입하기로 하고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요구된 전기 충전, 방전 시간은 각각 6시간이다. 전력량은 그 순간 전기의 힘인 전력에 지속된 시간을 곱해 계산된다. 이에 따라 실제 설치될 배터리 용량은 육지 3천MWh(메가와트시), 제주 240MWh로 총 3천240MWh에 달한다.
사업자는 2026년까지 해당 ESS 설비를 구축해 사업 시작 이후 15년 동안 낙찰 때 써낸 단가를 적용받아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전기를 충전하거나 공급하게 된다.
그간 국내에도 개별 사업자들이 배터리 ESS를 설치해 운영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전국의 전력 수급을 통제하는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 ESS 설비가 전국적으로 본격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023년 처음으로 '배터리 ESS 중앙 계약 시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이 높아 전력 수급 조절 필요성이 큰 제주에서 우선 65MW 규모의 ESS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이번에 지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에 도입이 예고된 ESS 건설비가 총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가격 요소 외에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방지 등 설비 안정성, 폐배터리 재활용성 등 비가격 요소를 함께 평가해 7월 중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산업 기여도, 폐배터리 재활용성 등 요소가 평가 항목에 들어간 점을 고려할 때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삼파전 경쟁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가 대규모 ESS 도입에 나선 것은 세계적인 조류인 탄소중립 전환 흐름 속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차 커져 전기가 넘치거나 부족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요와 관계 없이 날씨 등 자연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변하는 재생에너지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그간 국내에서 ESS는 높은 투자 비용과 낮은 사업성, 화재 등 안전성 문제로 보급 속도가 더딘 편이었다.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변동성을 관리할 ESS 투자가 이를 따르지 못하면서 태양광 발전 효율이 높지만 나라 전체의 전력 수요가 적은 봄·가을철 발전 출력 제어 문제를 놓고 누가 출력 제어에 따른 손해를 감당할 것인지를 두고 사회적 갈등도 커졌다.
내년까지만 조단위 투자가 예상되는 배터리 ESS 사업은 사업자가 투자금을 우선 부담하고 나서 시장가보다 높은 전기요금을 보장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일종의 민자 투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당장 정부의 재정 부담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국민들이 전력망 안정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간접적으로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ESS 도입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출력제어 빈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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