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수원, 박정현 기자) 프로 선수로서 기록 하나를 남기기까지 11년이 걸렸다. 롯데 자이언츠 불펜진에 없어서는 안 될 김강현 얘기다.
롯데 투수 김강현은 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KT 위즈와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구원 등판했다. 이날 최종 성적 1⅓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8-5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3이닝 5실점으로 일찍 물러난 나균안의 뒤를 이어 상대 타선을 깔끔하게 봉쇄해 구원승으로 데뷔 첫 승을 챙겼다. 지난 2015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프로에서 남긴 기록이다.
김강현은 롯데가 4-5로 끌려갔던 4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KT가 직전 이닝 2득점 해 리드를 가져왔던 상황.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첫 타자 강민성을 스윙삼진으로 처리한 뒤 후속타자 김민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막아내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2사 후 황재균 상대로 제구가 흔들려 볼넷을 허용했으나 배정대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롯데는 김강현의 호투에 힘입어 5회초 4득점 빅이닝을 완성해 8-5로 흐름을 가져왔다. 김강현은 5회말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던 안현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구원 투수 정현수에게 배턴을 넘겨 자신의 임무를 끝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하루 뒤 11일 KT와 더블헤더 1경기를 앞두고 김강현에 관해 "요즘 선발 투수가 무너질 때 중간에서 계속 긴 이닝을 잘 던져줬다. 어제(10일)도 어느 정도 기대했다. 잘 막아줬기에 따라갈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더블헤더 1경기 전 만난 김강현은 데뷔 첫 승에 관해 "이제 11년 차인데 1군에서 이런 기록이 생긴 게 처음이다. 정말 좋다. 중간 투수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 타격에서 점수도 많이 났고, 이후 투수들도 잘 막아줬다. 좋은 투구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첫 승을 언제할지에 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등판할 때 점수 차가 많다 보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부모님과 아내가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고 많이 축하해줬다. 아내는 아마 울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강현은 청원고를 졸업한 뒤 지난 2015시즌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포지션은 포수였고, 2022시즌을 앞두고 포지션 전향에 나서 본격적으로 투수 글러브를 착용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으며 정규시즌 26경기 25⅓이닝 평균자책점 3.55 24탈삼진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는 한층 더 발전해 20경기 1승 1패 23⅔이닝 평균자책점 3.04 17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경험을 돌아본 김강현은 "지난해 볼넷이 많았다. 맞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볼넷을 줄여보려고 집중했다. 감독님이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시기에 나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김강현은 추격조와 롱릴리프를 맡고 있다. 필승조처럼 어떤 이닝, 상황에 나설지 정해진 것이 없다. 불펜에서 묵묵히 자신에게 올 출격 신호를 기다릴 뿐이다. 그는 "경기 시작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한다. 초반에 나갈 확률도 있고, 때로는 길게 가기도 한다. 미리 준비했던 점이 괜찮았다"며 "내가 궃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홀드 상황이 아닐 때도 있지만, 결국 이 자리도 팀에는 필요하다. 나는 등판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롯데는 셋업맨 정철원과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라는 카드가 있지만, 6~7회를 막아줄 투수가 부족하다. 이는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롯데의 약점이다. 최근 투구 페이스를 끌어올린 김강현에게 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강현은 "그 자리(필승조)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가더라도 똑같이 원래했던 그 느낌대로 나가서 잘 던지면 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김강현 정보
포지션: 투수(우투좌타)
생년월일: 1995년 02월 27일
경력: 고명초-청원중-청원고
지명순위: 2015 롯데 육성선수
통산 성적: 48경기 1승 1패 52이닝 평균자책점 3.29 41탈삼진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롯데 자이언츠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