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연일 견제 "아베담화로 충분" vs 진보세력은 "사죄 불충분" 비판 가능성
아베, 70년 담화서 '과거형 사죄·미래 세대에 사죄 안 짊어지게 할 것'
아베, 70년 담화서 '과거형 사죄·미래 세대에 사죄 안 짊어지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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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보수파를 중심으로 전후(戰後) 80주년 총리 담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고 산케이신문 등이 19일 보도했다.
역대 일본 총리는 전후 50주년부터 10년 간격으로 각각 담화를 냈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전후 80주년이 되는 8월 15일에 별도 담화를 발표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아직 담화 발표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민당 보수파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다음 세대에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던 내용을 근거로 추가 담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베 정권에서 방위상을 지낸 이나다 도모미 의원은 전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역사 인식을 다시 외교 카드로 삼지 말라는 아베 전 총리의 생각을 헛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전후 80주년 담화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담화를) 낼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앞서 자민당 '일본 명예와 신뢰를 확립하기 위한 특명위원회' 등이 지난 17일 개최한 회의에서도 '전후 70주년 담화가 역사 인식 문제를 정치 문제화하지 않도록 마침표를 찍었다'는 인식이 공유됐다고 산케이가 전했다.
이 위원회의 아리무라 하루코 위원장은 "10년에 한 번 담화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담화는 불필요하다는 인식을 명확히 드러냈다.
자민당 보수파는 이시바 총리가 오랫동안 당내 비주류로 활동하며 아베 전 총리를 비판해 왔고 역사 인식이 비교적 온건하다고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전후 80주년 담화를 발표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각료 경험이 있는 한 정치인은 산케이에 "아베 담화로 충분하다고 말한다고 해도 거꾸로 (80주년 담화를) 내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지난달 자민당 의원에게 "50, 60, 70년에 냈는데 80년에 안 내는 것은…"이라고 말하며 전후 80주년 담화에 의욕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는 "보수파는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전후 사죄외교로 퇴보한다는 비판, 리버럴(진보) 세력은 '사죄가 불충분하다'는 상이한 비판이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수면 아래에서 신경전 양상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후 80주년 담화가 자민당 내 보수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도입 이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민당 보수 세력이 강조하는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사죄 숙명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태도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담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전후 60주년 담화에 각각 사죄와 반성의 뜻이 '현재형'으로 분명히 담긴 것과 대비됐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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