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계엄 극복한 국민 자랑스러워…남은 건 법적 절차"(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5-02-20 14:37:52 수정 2025-02-20 16:13:28
'미키 17' 기자간담회…"배우들 얼굴 자체가 영화의 스펙터클"
마크 러팔로 "'미키 17' 속 독재자, 특정인 연상되지 않길"
배우들, 섬세한 연출 칭찬…"'봉테일' 덕에 새로운 발견"


질문에 답하는 봉준호 감독(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20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봉준호 감독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건 법적, 형식적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20일 말했다.

봉 감독은 이날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사태에 관한 생각을 묻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영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어제도 즐겁게 시사회를 했다. 그게 계엄을 이미 극복한 우리 시민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봉 감독의 여덟번째 장편 영화 '미키 17'은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돼 위험한 임무를 맡고 죽음을 반복하는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의 여정을 그렸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이 원작이다.

전작 '기생충'이 자본주의 모순을 꼬집었다는 평가처럼 이번 '미키 17'을 통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영화를 만들 때 그런 목표나 깃발을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자본주의 분석은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책에서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설명한다"며 "영화는 그런 것보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숨 쉬는 인간들의 감정을 나눠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즈 취하는 '미키17' 출연진과 제작진(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최두호 프로듀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2.20 scape@yna.co.kr

봉 감독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미키 17'을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배우들의 아주 섬세한 뉘앙스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배우들 얼굴 자체가 스펙터클이 되는 순간들이 많다"며 "모든 배우분이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보여줘서 감사하다.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미키 17'에 출연한 배우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이 함께했다.

러팔로는 독재자 마셜 역으로 생애 처음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그가 한국에 방문한 것은 10년 만이다.

그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놀랐다. 이 배역이 나에게 주어진 게 맞는지 대본을 주의 깊게 봤다"며 "(지금은) 봉 감독에게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미키 17' 속 마크 러팔로 모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러팔로는 영화 속 마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에 대해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러팔로는 "다양한 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며 "(영화 내에서) 말할 때 인물의 악센트(말씨)나 말하는 방식을 바꿔갔다. 관객들이 더 많은 해석을 하고 여러 인물을 발견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역사 속 존재했던 다양한 정치적 악몽들, 여러 독재자 모습이 녹아 있어서 나라마다 자기들 역사를 투사시켜서 보는 것 같다"며 베를린영화제에서 이탈리아 기자가 독재자 무솔리니에게 영감을 받은 것 아니냐고 질문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러팔로에게 악역을 맡긴 데 대해서는 "그 사람의 흔히 알려진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면 거기에 집착이 생긴다"며 "제가 성격이 이상하다 보니 사람을 볼 때도 자꾸 이상한 면만 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손가락 하트 만드는 마크 러팔로(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마크 러팔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2.20 scape@yna.co.kr

러팔로는 극 중 마셜이 휘두르는 폭력과 위협에 관해 "국가 폭력이 압도적이고 극단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힘이다. 그 힘의 근원에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일어나면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점을 영화는 보여준다. 폭력은 와해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휘트니 휴스턴 전기 영화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바디'의 나오미 애키는 '미키 17'에서 미키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나샤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영화 홍보를 위해 처음 내한했다.

나오미 애키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큰 눈사태,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며 "그것이 영화의 이야기가 가진 놀라움이라 생각한다. 평범함이 가진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말하는 나오미 애키(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나오미 애키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2.20 scape@yna.co.kr

촬영 전에 장면을 담은 스토리보드를 꼼꼼히 그리는 등 계획적이고 섬세한 연출로 유명해 '봉테일'(봉준호와 디테일의 합성어)이라 불리는 봉 감독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러팔로는 "캐릭터들이 가진 특징을 그림으로 보여줘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해줬다"며 "(봉 감독이)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있는데 겸손하고 친절하다. 계속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키는 "'봉테일'은 제가 기대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저를 자유롭게 해줬다"며 "(촬영)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지만, 작품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봉 감독님의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졌다"고 떠올렸다.

'옥자'(2017) 이후 두 번째로 봉 감독과 작업한 스티븐 연은 "봉 감독은 캐릭터와 배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적극 지원해준다"며 "(봉 감독의) 눈빛이, 시각이 정말 아름답다. 봉 감독의 시각으로 찾아낸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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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하는 스티븐 연(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스티븐 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2.20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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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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