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처리 작업 '프라이머 도장' 생략…"어처구니없는 人災"
"충분히 건조했는지도 의문…박리 일어났을 때 모두 제거했어야"
"충분히 건조했는지도 의문…박리 일어났을 때 모두 제거했어야"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 춘천시 공지천 산책로에 칠해진 페인트가 4개월 만에 벗겨진 '박리현상'의 원인은 '부실시공'으로 드러났다.
18일 춘천시와 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11월 13일 공지천 산책로 남춘천교∼거두교 1.7㎞ 구간을 파란색 수용성 페인트로 도색하기 전 콘크리트 면에 '프라이머'를 바르지 않았다.
프라이머란 페인트를 바르는 부분(피도장면)과 페인트의 접착력을 높여주는 제품으로, 페인팅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표면처리 작업이다.
시가 바른 페인트 제품의 도장 시 주의사항을 보면 '피도면에 프라이머를 도장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으나 시는 이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콘크리트 면에 곧장 페인트를 칠했다.
시 관계자는 "산책로를 더 넓히면서 자전거와 보행자 간 사고가 잦아 도로를 구분해달라는 민원이 많다 보니 그냥 페인트칠하듯이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관계자도 프라이머 도색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애초에 프라이머 도장을 왜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돈이 2배 이상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시 관계자는 답했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 측은 "도장 전 시청에 프라이머 도장의 필요성을 구두로 설명했으나 시에서는 이미 입찰이 이뤄져 변경이 어렵다고 했다"고 주장하며, 시 관계자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해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시는 겨울철 제설차 왕래와 염화칼슘 살포로 인해 박리현상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했으나 이번 사례를 연구한 강원대 김만구 환경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은 "부실시공 자체가 그 원인"이라고 일축했다.
연구팀은 박리현상이 일어난 뒤인 지난 5∼6월 거두교∼석사교, 석사교∼퇴계교 각 50m 구간에 프라이머 도장 후 시험 도색이 이뤄진 곳에는 박리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팀은 또 시와 시공사가 도색공사 하자를 인지한 이후,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페인트를 일부 벗겨낸 행위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박소영(21·환경융학합학부 3학년) 학생은 "요철이 생기고, 마모가 일어나면서 박리현상을 부추겼을 것"이라며 "차라리 문제를 인지했을 때 페인트를 모두 제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도장 시 충분한 건조가 이뤄졌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페인트가 충분히 굳는 데 걸리는 양생 기간은 25도를 기준으로 '최소 28일'이지만, 시공 기간은 16일에 불과하고, 이와 별도로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는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양생 기간이 더 늘어나는 점과 도장 당시 춘천지역이 초겨울 날씨였던 점을 고려하면 굳은 것처럼 보이는 표면과 달리 속은 충분히 굳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수성 페인트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재적소에 사용되지 않은 수성 페인트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친환경 이미지로의 위장)"이라며 "부실시공 되면 오히려 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시의원은 "업계에서는 겨울철 페인트 시공은 잘 건조되지도 않고, 박리의 원인이 되는 탓에 금기사항 중 하나"라며 "공지천 도색공사 하자는 부실시공이 빚은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올겨울을 지나 내년까지 시험 도색한 곳이 벗겨지지 않는다면 프라이머 도장 후 페인트를 칠하고, 그래도 벗겨진다면 아스콘 포장을 덧씌우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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