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에 반대 2명·기권 1명…사외이사들 안건 찬성률 99.8% 달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내년부터 '독립이사'로 명칭이 바뀌는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작년 한 해 동안 이사회에서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대주주의 전횡이나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정관계 출신 인사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의심이 여전한 까닭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1개 그룹 소속 122개 상장사는 작년 한해 총 1천222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 3천575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횟수는 6개 안건, 18차례였고, 그나마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안건을 부결시키는 데 동조해 함께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대부분(15건)이었다.
경영진과 반대되는 입장에서 소신껏 목소리를 낸 경우는 모두 3건이었고, 이 중 2건은 동일인이었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표결을 하지 않고 기권한 사례도 1건에 그쳤다.
전체 사외이사 449명 가운데 작년 한 해 이사회 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독립적인 입장을 나타낸 사외이사의 수가 3명(0.67%)뿐이었다는 이야기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의 99.8%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통상 며칠 전부터 안건을 사전 조율하기에 통과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는 독립성 결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엄격한 결격요건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이지 않은 사외이사가 많이 선임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자(CEO)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학연 등은 걸러낼 수 없고, 해당 회사가 아닌 다른 계열사 등과 관계가 있는 경우도 걸러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런 인사들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이사회 내 의무선임비율을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하는 등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런 제도적 맹점이 여전하다면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의 독립성뿐 아니라 전문성을 담보할 수단 역시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독립성 때문에 안건 반대율이 낮은 것인지, 아니면 실제 안건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히 있는지 두 가지 측면을 다 봐야 한다"면서 "정말로 경영진 의견에 찬성해서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해당 분야 전문성이 없어서 의견을 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독립이사로 이름만 바꿨다고 진짜 독립된 이사가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독립성이 중요한지 전문성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면서 "관계 출신과 교수가 많은 우리와 확연히 차이가 있는 해외 주요국 이사회 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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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그룹 │ 조사대상 │사외이사│ 이사회 │처리안건│ 반대 │ 기권 │
│ │ │ 상장사수 │ 수 │ 횟수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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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삼성 │ 16│ 65│ 143│ 50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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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SK │ 20│ 69│ 246│ 66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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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현대차 │ 12│ 51│ 101│ 25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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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LG │ 12│ 42│ 93│ 26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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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롯데 │ 10│ 43│ 110│ 317│ 1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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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한화 │ 11│ 42│ 144│ 61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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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HD현대 │ 10│ 31│ 88│ 262│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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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GS │ 8│ 26│ 65│ 18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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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신세계 │ 6│ 20│ 75│ 17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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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한진 │ 8│ 34│ 70│ 154│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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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CJ │ 9│ 26│ 87│ 17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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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 │ 122│ 449│ 1222│ 3575│ 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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