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국과 악연으로 얽혀 있는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오만 축구 국가대표팀에 부임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개최) 아시아 지역 4차예선에 진출해 본선행에 도전하고 있는 오만이 경험이 풍부한 노장 케이로스 감독에게 감독직을 맡긴 것이다.
오만축구협회(OFA)는 16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케이로스 감독이 오만 대표팀의 감독이 된 것을 환영하고, 그가 오만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길 바란다"며 케이로스 감독 선임 소식을 발표했다.
오만은 자국 출신 감독이었던 라시드 자베르 감독은 경질한 직후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 2023년 12월 카타르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던 케이로스 감독은 약 1년 7개월 동안 이어가던 야인 생활을 청산하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같은 날 케이로스 감독이 오만 대표팀에 부임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오만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4라운드를 앞두고 베테랑 국가대표팀 감독인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라시드 자베르 감독을 대신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FIFA는 오만축구협회가 7월17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4차예선 대진 추첨이 진행되기 직전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만이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한 이유가 사상 최초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오만은 3차예선 당시 한국과 같은 B조에 묶였으나 3승2무5패(승점 11)를 기록해 조 4위로 4차예선 진출권을 얻었다. 조 선두 한국은 물론 2위 요르단, 3위 이라크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고, 오히려 5위 팔레스타인(승점 10)과 막판까지 4위 자리를 두고 경쟁한 끝에 간신히 4차예선 진출권을 따냈다.
4차예선은 오는 10월 카타르에서 열린다. 3차예선 각 조에서 3~4위를 차지한 6개국(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이 모여 3팀씩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조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은 곧장 북중미로 향하고 2위 두 팀은 5차예선에 진출한다.

오만은 4차예선을 3개월여 앞두고 경험이 많은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해 그에게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임무를 맡긴 것이다.
1953년생으로 올해 72세가 된 케이로스 감독은 1989년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포르투갈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도했고, 이후 스포르팅CP, 뉴욕 레드불스 나고야 그램퍼스, 레알 마드리드 등 다수의 클럽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내며 경험을 쌓았다.
2008년부터는 계속해서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08년 부임한 포르투갈 대표팀을 거쳐 이란, 콜롬비아, 이집트를 차례대로 지도했다. 특히 이란 대표팀에서는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기도 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이란 대표팀을 지도하던 2013년 한국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일명 '주먹감자'를 날린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최강희 감독과 장외 신경전을 벌이고, 최 감독을 일방적으로 조롱하는 등 여러모로 국내 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이미지로 찍힌 지도자가 바로 케이로스 감독이다.

하지만 능력과 경험만큼은 세계적인 레벨로 인정받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코치를 지냈으며,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세계 최고의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당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잠시나마 지도하기도 했다.
총 네 번의 월드컵에 참가했고, 다섯 번의 월드컵 진출 경험이 있는 케이로스 감독은 이제 자신의 여섯 번째 월드컵 진출을 노린다. 70세가 넘은 노장이 또 다른 중동 국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 오만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