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공급망박람회 개막식서 중국시장 애정 과시…"내 모국어는 중국어"
'시총 4조달러 남자'의 변신에 대중 놀라…中매체 "中문화 존중·中시장 중요성 반영"
'시총 4조달러 남자'의 변신에 대중 놀라…中매체 "中문화 존중·中시장 중요성 반영"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글로벌 기업 중 처음으로 시총 4조달러를 돌파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중국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을 벗고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 연사로 참석한 황 CEO의 이날 복장은 전날 직접 깜짝 발표한 대(對)중국 H20 칩 판매 재개 소식에 이어 대중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그가 중국 청나라 시대 복식을 현대식으로 변형한 당복(唐裝)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검은색 당복 차림으로 등장한 황 CEO는 양 소매를 접어 올려 회색 바탕에 전통 무늬가 그려진 안감이 보이게끔 했다.
이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 그가 아시아, 나아가 중국계 출신임을 또 한 번 여실히 드러내 보인 순간이었다.
차이나 재킷 또는 만다린 재킷이라고도 불리는 당복은 세워진 형태의 깃이 목을 반쯤 가리고 양쪽에 달린 전통매듭을 사용해 옷을 여미는 형태로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흔히 '중국의 복식'이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그 의상이다.
그의 의상 선택을 두고 신랑커지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자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반영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평소 황 CEO는 여러 공식 석상에서 검은색 가죽 재킷을 즐겨 입었다.
경직된 정장이 아닌 개성적인 가죽 재킷 차림은 그의 자유롭고 혁신적인 기업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14일에도 중국 빅테크 수장인 샤오미의 레이쥔 CEO를 만나면서 그는 35도의 더위 속에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폭염에도 가죽 재킷을 꺼내입은 이유에 대해 황 CEO는 "유일한 수트가 드라이클리닝이 안 돼 있어서"라고 재치 있는 대답을 했다.
1963년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태어나 9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이날 자신이 미국에서 자랐음에도 뿌리는 중국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발언도 잇달아 했다.
황 CEO는 이날 개막식에서 축사하면서 "나는 중국인이지만, 미국에서 자랐다"라거나 "나의 모국어(first language)는 중국어인데 5살부터는 안 썼다"고 말했다.
또 연설 대부분을 영어로 하면서 서두에 중국의 '경제 실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및 내빈들에 인사를 전하는 부분 등은 중국어를 사용했다.
연설 말미에도 유창하지는 않지만 중국어로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중국에서) 운영할 것"이라며 "친구들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딥시크와 알리바바, 텐센트, 미니맥스, 바이두의 어니봇 같은 AI 모델들은 월드클래스이고, 이곳에서 개발돼 개방적으로 공유됐으며, 세계적인 AI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중국의 AI 발전 수준을 높이 추켜세우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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