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EU '러 화석연료 철퇴' 금전보상 요구하며 어깃장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의 거부권 사용에 18차 대(對)러시아 제재안을 채택하는 데 또다시 실패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오늘 제재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정말 유감"이라고 밝혔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합의에) 매우 근접했으며, 슬로바키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집행위원회에서는 그들의 요구사항에 응답했다. 이제 공은 슬로바키아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일 회원국 실무급 회의에서 다시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발표된 EU 18차 제재안에는 러시아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과 거래 금지, 러시아 금융 부문 추가 제재, 원유가격 상한선 인하 등의 조처가 담겼다. 시행되려면 27개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지난달 말에도 만장일치 합의를 시도했으나 헝가리, 슬로바키아 반대로 무산됐다.
칼라스 고위대표가 이날 슬로바키아만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헝가리는 다시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슬로바키아는 18차 제재안을 EU의 별개 정책인 러시아산 화석연료 퇴출 계획과 연계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 계획은 2027년말까지 EU 전역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골자로, 러시아 공급업체와 계약 중도 파기라는 초강수 조처가 포함돼 있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2034년까지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EU 계획 시행 시 자국 에너지 안보가 타격을 받는다며 수입중단 면제 혹은 금전적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철퇴 계획은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지 않다. 이에 '소국' 슬로바키아로선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대러 제재안 거부권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슬로바키아의 우려 해소를 위해 화석연료 철퇴 추진 과정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 시 취할 비상조처 발동 방법을 구체화하고, 국경간 연료 운송 비용 절감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슬로바키아가 러시아와 계약 파기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릴 경우 집행위가 개입하겠다는 약속도 명시됐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사실상 EU 돈으로 보상해달라는 슬로바키아를 설득하기에 충분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외신들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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