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GS아트센터서 개막…"국내 공연, 미국·영국보다 발전시켜 덧칠"
개츠비 역 매트 도일 "사랑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남자, 끌리지 않을 수 없어"
개츠비 역 매트 도일 "사랑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남자, 끌리지 않을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긴장된 설렘이었다면, 한국 공연은 긴장된 두려움이네요."
미국, 영국에 이어 다음 달 국내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를 선보이는 제작자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솔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린 쇼케이스 '퍼스트 룩'에서 공연을 앞두고 떨리는 심정을 드러냈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 제이 개츠비가 부유한 집안 출신의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을 사랑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담았다.
신춘수 대표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았다. 작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정식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도 올렸다.
내달 1일부터는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선보인다. 이로써 '위대한 개츠비'의 원작 공연을 한국·미국·영국 3개국에서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
신 대표는 "한국인 프로듀서로서 한국 관객에게 제가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제일 긴장되고 두렵다"면서도 3개국 동시 상연에 대한 기대와 떨림을 드러냈다.
"동시에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서울에서 공연하는 일이 앞으로도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경험이고 여러분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신 대표는 국적과 관계 없이 누구나 공감하도록 작품의 보편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가) 너무 명작이어서 이를 무대 언어로, 그리고 캐릭터 내면의 소리를 어떻게 들려줄지가 고민의 시작이었다"며 "도전적으로 작업해서 트라이아웃 공연(시범 공연),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까지 오게 됐다"고 돌아봤다.
신 대표는 그러면서 서울 공연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프로덕션마다 기존 생각을 발전시켜서 계속 덧칠하는 기분"이라며 "모든 의상과 무대를 새로 제작한다"고 귀띔했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미국·영국 공연과는 다른 새로운 배우가 서울 공연에 참여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제이 개츠비 역은 2022년 토니상에서 뮤지컬 '컴퍼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매트 도일이, 데이지 뷰캐넌 역은 뮤지컬 '알라딘'의 북미 투어에서 자스민 역을 소화한 센젤 아마디가 맡는다. 둘 다 오디션을 거쳐 발탁됐다.

매트 도일은 "개츠비의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이렇게 열정을 다 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공감 간다"면서 "사랑을 얻기 위해 계급을 넘어서고 모든 걸 희생한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라며 개츠비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위대한 개츠비'는) 규모 면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공연 중 하나"라며 "노래를 통해 캐릭터의 깊은 면모와 감성, 다층적인 면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감상 포인트를 설명했다.
센젤 아마디는 "책에 담긴 모든 요소가 뮤지컬에 담겨 있다"며 "비극적인 서사를 다룰 뿐만 아니라 화려함도 함께 보여준다"고 말했다.
매트 도일과 센젤 아마디는 이날 쇼케이스에서 작품 속 넘버인 '그녀를 위해'(For Her), '좋든 나쁘든'(For Better or Worse), '나의 그린 라이트'(My Green Light)를 부르며 폭발적인 가창력도 확인시켜줬다.

이날 쇼케이스에서는 'K-뮤지컬'의 정의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국내에서 초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최근 미국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토니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뮤지컬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신 대표는 "뮤지컬은 종합 예술이다. 작업에 한국인만 있어야 한국 뮤지컬이라는 것은 소극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은 것 같다"며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팀이나 프로듀서가 중심이 된다면, K-뮤지컬로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도일은 "신춘수 프로듀서가 뉴욕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제작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점에서도 깜짝 놀랐다"며 "한국과 미국의 뮤지컬 문화가 융합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서울 프로덕션에서도 이를 구현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신 대표는 '위대한 개츠비'를 독일과 호주, 일본, 중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9월에 끝나는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은 다른 극장에서 내년에 재개한다. 국내 공연은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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