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사망 1위' 폐암 조기 진단으로 생존율 향상 기대"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방금 오른쪽 폐 제일 밑에 있는 결절에 도달했습니다."
의료진이 조심스럽게 컨트롤러를 조작하자, 직경 3.5㎜의 얇고 투명한 관이 모형 기관지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갔다.
모니터에는 환자의 폐 CT 영상을 기반으로 설계된 3D 가상 기관지 지도가 나타났고, 그 위에 떠 있는 파란색 선을 따라 내시경 조작자가 로봇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이 50cm가량 들어가자 곧 목표했던 검은색 결절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아이언 엔도루미널 시스템'(이하 아이언) 시연 현장이다.

아이언은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가 개발한 기관지 내시경 로봇으로, 울산대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인공지능(AI)가 설계한 경로를 따라 로봇팔이 자동으로 폐 결절까지 접근해 조직을 채취·검사한다.
특히 사람 손과 달리 로봇팔이 병변 부위에 안정적으로 고정돼, 20mm 이하의 미세 결절까지 진단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3차원 영상을 구성해주는 '콘빔 CT' 시스템을 결합해 검사 정밀도를 더했다.
초미세 결절에 대해서도 정밀 조직검사가 가능해지면서 수술 없이도 폐암 여부를 조기에 가려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폐암 환자는 13만1천여명으로 전체 암 유병자의 5.1%를 차지한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특성상 진단 시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고 생존율이 낮아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은 기관지 내시경 로봇을 이용해 조기 진단율을 높여 폐암 환자 생존율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태훈 울산대병원 로봇기관지경·호흡기중재센터장은 "폐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종류의 암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기술로 조기 발견이 가능해지면서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대병원은 최근 아이언을 활용한 국내 첫 임상 시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첫 환자는 폐 말단부에 지름 10mm가량의 반고형 결절을 가진 70대였는데, 기존 기술로는 내시경 접근 자체가 어려워 절제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을 이용해 조직을 안전하게 채취했고, 별다른 출혈 없이 폐암 여부를 진단할 수 있었다.
울산대병원은 아이언 로봇을 포함해 각종 내시경, 흉강경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로봇 기관지경·호흡기 중재센터'를 15일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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