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 시집 '뒤로 걷는 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 문정희 지음.
2010년 스웨덴 시카다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시인 문정희(78)의 시 세계를 망라한 책이다.
그간 펴낸 16권의 시집에서 엄선한 시 165편을 5부로 구분해 실었고, 이 가운데는 절판된 시집 8권에 수록된 작품들이 포함됐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계령을 넘다가 폭설이 내려 고립되는 상황을 꿈꾸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 지나간 사랑의 슬픔과 그리움을 담은 '찔레',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갔던 바다를 추억하는 '율포의 기억' 등 대표 시들이 수록됐다.
이외에 에세이 4편, 편집자와의 대담을 기록한 '영원히 젊고 찌그러지고 아름다울 것'도 실렸다. 글쓰기와 시, 삶에 대한 시인의 진솔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다.
"나는 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도 없이 그냥 걸어왔습니다. 어떤 고난, 어떤 절망, 어떤 시대가치 앞에서도 나는 문학이었습니다."('시인의 말'에서)
나남. 352쪽.

▲ 뒤로 걷는 길 = 황규관 지음.
"구토가 나오도록 번식하는 길을 따라 / 분열을 멈추지 않는 언어와 / 깊이 없는 높이 사이를 지나 / 다다른 곳에 서서, 이제 더는 / 앞으로 갈 수 없을 것 같다 / 차라리 뒤로 걸어 가난한 / 배롱나무 그림자에게로 가야지"(시 '뒤로 걷는 길'에서)
고단한 삶의 무게와 고통을 시로 표현해온 황규관(57) 시인의 새 시집이다.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현실을 날 선 언어로 표현한 61편의 시가 수록됐다.
'동학 1'부터 '동학 5'까지 차례대로 부제가 붙은 연작 시는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다. 혁명과 그것이 불러올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꺼이 피와 땀을 흘리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기도는 번번이 무너지고 / 새 나라는 너무 멀어 / 노래만 읊조린다 / 그러나 사상은 / 발바닥의 물집 같은 것"(시 '적막강산-동학 1'에서)
창비.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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