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가을야구가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지금은 이 소중함을 잘 안다. 너무 가고 싶고 갈망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반기는 '성공적'이었다. 89경기 47승39패3무, 승률 0.547로 단독 3위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순위로 전반기를 마감한 건 양승호 전 감독 시절이었던 2012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페넌트레이스 개막 직후 주축 야수들의 줄부상 여파 속에서 백업 선수들의 성장으로 뎁스 강화,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롯데의 2025시즌 선전에는 '캡틴' 전준우의 역할도 빼놓을 수가 없다. 전준우는 88경기 타율 0.294(327타수 96안타) 7홈런 46타점 2도루 OPS 0.799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다.
전준우는 2025시즌 전반기 팀 내 타격 4위, 최다 안타 및 타점 2위, 홈런 3위 등으로 중심 타자의 몫을 톡톡히 해줬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 0.340(103타수 35안타) 2홈런 47타점 OPS 0.922로 클러치 본능을 마음껏 뽐냈다.
전준우는 "매년 선수들과 잘해보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올해 전반기에 우리가 이렇게 잘할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각자 어떤 목표의식을 가지고 시즌에 돌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잘 모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개인적으로는 항상 더 잘하고 싶다. 내 성적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홈런, 타점을 더 많이 올렸다면 좋았을 것 같다"며 "전반기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후반기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전준우가 2008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했을 당시 자이언츠는 강팀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지휘 아래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비밀번호'를 끊고 2008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09시즌 초반 주전들의 줄부상과 부진으로 최하위로 추락하기도 했지만, 최종 순위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전준우는 데뷔 3년차였던 2010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114경기 타율 0.289(350타수 101안타) 19홈런 57타점 16도루로 펄펄 날면서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쳐내며 자이언츠의 새 스타 탄생을 알렸다.
전준우는 이후 2012시즌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강팀'의 이미지가 확실히 잡히지 않았던 롯데는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통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됐다.

하지만 롯데는 2013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4년 연속 침체기를 겪었다. 2017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이후 작년까지 무려 7년 연속 '야구' 없는 가을을 보냈다. 전준우는 올해는 반드시 후배들과 이 암흑기를 끊어내겠다는 각오다.
전준우는 "야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이 혼자 잘해서 이슈를 받는 것보다는 팀이 잘 됐을 때가 훨씬 더 뿌듯하고 보람차다는 걸 많이 느낀다"며 "어릴 때는 형들이 야구를 다 잘했다. 그때는 가을야구를 매년 갔었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최근 우리 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을야구의 소중함을 크게 배웠다. 올해는 정말 간절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을야구에 너무 가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아직 2025시즌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며 "후배들한테도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더 잘해보자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준우는 올해 롯데의 상위권 도약 못지않게 후배들의 성장이 만족스럽다. 주전 야수들의 연쇄 부상 이탈을 훌륭하게 메워준 젊은 선수들 덕분에 팀 내 건전한 긴장감이 퍼졌다는 입장이다.
전준우는 "부상자가 나오고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선수들이 '이 팀은 특정 선수가 없으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생긴다. 그런데 올해는 장두성, 김동혁, 한태양, 박찬형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이 선수들도 분명 주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강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전준우는 이와 함께 부임 2년차를 맞은 김태형 감독의 색깔도 선수단에 완전히 입혀졌다는 입장이다. 사령탑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라운드에서 쏟아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준우는 "선수들이 바뀐 부분에는 감독님의 영향력이 크다. 워낙 강단이 있으신데 선수들이 많이 보고 배웠다"며 "우리가 올해 밀어붙여야 할 때, 한 점이 꼭 필요할 때 사정 없이 내는 팀 컬러인데 집중력이 많이 생겼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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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