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마른장마' 후유증에 바닥 드러낸 저수지도
지자체, 대책 마련 분주…일부 지역은 아직 걱정할 수준 아냐
지자체, 대책 마련 분주…일부 지역은 아직 걱정할 수준 아냐

(전국종합=연합뉴스) 유난히 짧았던 장마가 지나가고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장마철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마른' 장마였던 탓에 일부 지역은 최근 극심한 가뭄과 함께 식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가뭄 대비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 제주도·강원도 가뭄 심각…저수율 평년 대비 크게 부족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내 논바닥은 이미 곳곳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마르형 분화구인 하논분화구는 하루 1천∼5천ℓ 이상의 용천수가 분출돼 논으로 쓰이는 땅이 많은데, 수량이 적어서 물을 대지 못한 듯 바닥이 말라버린 모습이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지난 7일 도내 39개소에서 실시한 토양수분 상황 모니터링 결과 신엄 지역이 121kPa(킬로파스칼)로 '부족' 상태를 나타내는 등 일부 지역에서 토양수분 부족 현상이 확인됐다.
강원도도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에 이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 물 절약을 위해 공공수영장이 임시 휴관까지 했던 강릉시는 올해도 가뭄을 겪고 있다.
강릉시민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상류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되며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32%로 가뭄이 극심했던 작년의 50.9%, 평년의 66%보다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평년과 비교하면 48% 수준에 그친다.
인근 타 시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속초 원암저수지의 이날 저수율은 23.8%까지 떨어졌다.
평년과 비교하면 31.6%에 불과하다.
이날 원암저수지는 저수지인지 일반 흙바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농민은 "겨우 물은 대고 있지만, 농사를 짓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하소연했다.
다만 속초시는 2021년 생활용수 취수를 위한 쌍천 지하댐을 조성해 상수도 공급은 향후 한 달 이상 비가 오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자체, 영농 피해 막기 위해 대책 마련…현장 점검·모니터링 강화
지자체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제주도는 이날 행정부지사 주재로 '2025년 가뭄 대비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가뭄 대응 역량을 확인했다.
도는 도내에서 발생한 가장 긴 가뭄인 지난 2013년 59일, 2017년 59일 가뭄 등을 고려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시와 관계부서 간 협업을 통해 가뭄 대응 전담 조직(T/F)을 구성하고, 상수도 분야에서는 단계별 급수 대책(1단계 10% 감량∼6단계 취수원 고갈)을 마련했다.
아울러 하수처리수와 용천수 재이용 확대, 광역 농업용수 공급망 확충, 지하수위 변동 모니터링, 범도민 물 절약 캠페인 등 중장기 대책도 병행 추진한다.
이날 성읍 저수지 현장 점검에 나선 오영훈 제주지사는 "농가가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 모니터링 해달라"며 농업용수 실태조사를 통해 공급 체계를 점검하고 가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강릉시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 생육 지장이 우려됨에 따라 농업인들의 영농 어려움 해소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가뭄 대책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하며, 실시간으로 가뭄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농업용 관정 37공과 스프링클러, 양수기 추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가뭄에 취약한 밭작물의 용수 공급을 위해 지원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선군과 양양군 등도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생활·농업용수 부족 대응책과 폭염으로 인한 군민 안전 확보 대책을 논의했다.
속초시도 이날 시장 주재로 지역 내 농지를 점검하고, 급수 관정 이용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 아직 가뭄 피해 크지 않은 지역도…'긴장의 끈 유지'
일부 시도는 아직 가뭄 피해나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전남지역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은 61.4%로 평년(62.8%) 대비 97.7% 수준을 보인다.
최근 6개월간 전남지역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517.3mm로 평년(620.8mm)의 83.3% 수준이다.
나주호의 저수율은 59.9%, 담양호 63.3%, 광주호 65%, 장성호는 57.5%로 나타났다.
전남지역의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 장흥댐, 수어댐의 저수율은 평균 50% 정도를 보인다.
소규모로 만들어진 지방 저수지는 60여개인데 대부분 75% 이상의 저수율을 보인다.
2022년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가뭄 당시 주암댐의 저수율이 25%였던 점을 고려하면 아직 여유가 있다.
비가 오지 않아 농민들이 논에 물을 대면서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지만, 가뭄 단계에 이르지 않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2022년 발생한 가뭄에 비하면 아직 저수율이 2배 이상 높아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오는 9월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전 지자체는 아직 가뭄 영향권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 관계자는 "최근 10여일간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강수량이 평년 수준이며 가뭄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수지 저수율 등을 모니터링하며 가뭄에 대비하고 있다.
충남지역의 경우 강수량과 저수율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충남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455.8㎜로, 평년(418.2㎜)의 109.0% 수준이다.
최근 2개월(5∼6월) 누적 강수량도 306.4㎜로, 평년 같은 기간(237.3㎜)보다 많았다.
다목적 댐과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67.8%로, 평년(55.7%) 대비 121.7% 수준이다.
보령 청천저수지와 예산 예당저수지는 각각 72%와 63%로 평년(청천 48%, 예당 48%) 대비 150%와 131% 수준의 저수율을 보인다.
서산과 당진 등 충남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도 8일 현재 45.6%를 유지하고 있다.
보령댐의 저수율은 지난 3월 12일 기준 33.5%까지 떨어지며 가뭄 '관심' 단계에 진입했으나 이후 수위가 회복됐다.
그러나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당분간 비 소식도 없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재는 저수율이 평년보다 높지만, 마른장마로 수위가 서서히 낮아지고 있어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며 "매주 가뭄 상황을 점검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저수율도 64.1%로 평년(62.2%)보다 다소 높으며, 극심한 가뭄 피해 사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지혜 형민우 한종구 김동민 전창해 유형재 류호준 기자)
r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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