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구조 개편하고 재난관리시스템 개선…책임 공백 줄인 게 핵심
전문가들 "시스템 고도화 고무적…반복 훈련 등 후속 조처 뒤따라야"
전문가들 "시스템 고도화 고무적…반복 훈련 등 후속 조처 뒤따라야"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같은 것 같지만 오송참사 이후 많이 달라졌습니다.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도 안전이니 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지난 5일 찾은 청주시청 임시청사 1층 재난상황실.
야간 당직자인 청주시 재난대응과 소속 김 모 주무관은 틈날 때마다 책상 앞 모니터에 비친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비 소식 등이 없어 화면 속은 평온해 보이지만, 김 주무관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CCTV 채널을 반복해 돌려보며 지하차도, 세월교(폭우 때 잠기는 소규모 다리) 등 여름철 사고 우려 지역을 수시로 살폈다.
또 재난상황실 곳곳에 게시된 긴급재난 유형, 상황 전파 방법, 역할 분담과 같은 행동 요령을 재차 숙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023년 오송참사 이후 재난 업무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라졌다는 게 관계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참사를 직접적으로 겪은 청주시는 인구 100만명 미만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실' 단위로 재난안전 조직을 확대·운영 중이다.
'과' 단위 부서에서 맡았던 업무를 '1실 3과'로 확대된 조직이 더 세밀하게 챙기고, 부서 간 협업도 강화해 재난 발생 시 대응력을 높였다.
유관 부서나 기관끼리 재난 정보를 즉시 전파하고, 처리현황까지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재난상황관리시스템 도입도 눈에 띄는 변화이다.
청주 시내 곳곳을 비추는 8천400여개의 CCTV와 연동된 이 시스템을 통해 하수관로, 하천, 주요 도로 등 위험도가 높은 지점을 중심으로 실시간 감시가 이뤄진다.
또 CCTV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침수 피해 등 제보가 접수되면 관할 구청 당직실에 즉각 상황을 전파해 현장 확인을 요청한다.
예전에는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사진이나 글을 주고받았다면 지금은 실시간 현장 영상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대응 속도를 높인 것이다.
이 외에도 청주시는 소하천 정비사업, 인공지능(AI) 기반 도로 위험 감지 시스템 구축 등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재해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송참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충북도의 재난 대응 체계 역시 많은 부분 달라졌다.
먼저 지하차도 참사를 막기 위해 지하차도별 4인(도로관리청, 읍·면·동, 이통장·자율방재단, 경찰) 담당제를 시행해 사전예찰을 강화했다.
"관할이 아니다"며 책임을 미뤘던 관행에서 벗어나 각 기관이 자체 매뉴얼을 갖고 순찰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충북도는 또 관내 지하차도 30곳에 자동 차단시설 설치를 완료하고, 침수심 15㎝ 이상 때에는 지하차도 즉시 통제 등 현장 중심 재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호강과 지류인 석화천의 퇴적구간을 파내 물길을 넓히거나 둑이 없는 곳에 제방을 쌓는 공사도 한창이다.
장기적으로는 폭우에 버틸 수 있도록 미호강 오송구간의 하천 구조를 바꾸는 대규모 준설을 환경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자체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있는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개선된 시스템이 안착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훈련과 인식 개선 등의 후속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운영하는 것은 결국 사람 몫"이라며 "일본이 몸에 배도록 재난 훈련하는 것처럼 반복적인 훈련과 운영 체계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과도한 책임과 반복되는 밤샘 근무 등으로 기피 대상이 되는 재난안전부서의 근무 환경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오송지하차도에 펌프장을 증설하는 등 재난 예방을 위해 큰 비용이 들었는데 오송뿐 아니라 과거 농촌이었다가 개발이 활발히 진행된 지역들도 선제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방재 시스템이 부족한 지역에 대해 위험도를 재평가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제언했다.
또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재난이 발생하기 전 예방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필요하지만, 현실에선 서면 보고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재난 발생 시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는 만큼 지자체장은 이를 인식하고, 실무진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w@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