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25] 소름은 끼치되, 상처는 남기지 않게...공포 게임의 진화와 설계
게임와이
입력 2025-06-30 16:47:55 수정 2025-06-30 16:47:55
•기억에 남는 몰입과 재미, 유저의 뇌 반응과 감정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
•긴장과 도파민 보상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골디락스 존’ 설계가 핵심
•캐릭터 디자인 역시 자극과 혐오의 수위를 조절해 트라우마는 줄이고 몰입감은 높이는 방향으로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지난 6월 26일, 'NDC 2025' 컨퍼런스에서 공포 게임 개발자와 유저 모두에게 시사점을 주는 발표가 진행되었다. 넥슨 UX 분석가 강동섭과 캐릭터 모델러 김윤경은 “소름 끼치지만 상처는 남지 않게”라는 주제로 공포 게임의 진화, 유저 특성, 뇌과학적 원리, 그리고 실무 적용 방안을 다각도로 짚어냈다. 발표는 단순한 공포 자극이 아닌, 기억에 남는 재미 있는 공포 경험을 설계하는 방법에 집중되었다.

 


 자극을 위한 공포는 진짜 재미일까?

공포 게임은 오랫동안 ‘무섭다’는 감정을 중심으로 진화해왔다. 초창기 텍스트 기반이나 단순한 탑뷰 형식에서 시작한 공포는, 기술 발전에 따라 사실적인 그래픽과 음향, AI 연출까지 포함되며 자극이 강화되는 식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이 강력한 자극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2023년 발표된 논문에서는 공포 게임 크라이오 피어를 15시간 플레이한 유저가 실제로 트라우마를 겪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살인 장면과 자해 묘사의 지나친 사실성이 원인이었다. 이런 사례는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게임”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소화 가능한 공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 공포가 재미로 기억되기 위한 조건

발표자들은 ‘무서웠는데 재밌었어’, ‘긴장됐지만 중독됐어’라고 말하게 만드는 게임이 진짜 잘 설계된 공포 게임이라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유저와 뇌의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발표에서 소개된 뇌 반응 네트워크는 다음과 같다.

편도체 : 공포 자극을 감지해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드는 기능

섬엽 : 혐오스러운 이미지나 냄새에 반응

전두엽 : 공포 반응을 억제하고 감정 조절

측좌핵(보상회로): 도파민 분비를 통해 성취감, 쾌감을 유도

이 네 가지 뇌 부위는 공포 자극의 종류, 강도, 그리고 유저의 반응을 조율하는 중요한 열쇠다. 특히 측좌핵의 보상 회로는 "무서웠지만 해냈다"는 감정을 유도해 중독성과 성취감을 함께 전달할 수 있다.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 유저의 유형과 골디락스 존

공포 게임 유저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1) 아드레날린 중독자형 : 강한 자극 자체를 즐긴다.

2) 화이트 너클형 : 무서움을 이겨낸 자기 성장에 집중한다.

3) 다크 코퍼형 : 위 두 유형의 성향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형이다.

공포를 ‘즐길 수 있는 자극’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유저가 자극을 해석하고 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 즉 자극의 적정 수위다. 너무 약하면 지루하고, 너무 강하면 외면하게 된다. 이 영역을 유지하기 위해 발표자들은 타이밍, 장치, 시청각 설계에 대한 정교한 기준을 제시했다.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장치의 설계 – 점프 스케어부터 사운드, 시점까지
가장 많이 쓰이는 장치인 점프 스케어는 1520분 간격이 적절하며, 추격 장면은 13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유는 공포 자극에 반응하는 전두엽의 반복 자극에 의한 탈진 현상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장치가 소개됐다:

시점 : 1인칭은 숙련자에게 더 큰 몰입을, 3인칭은 비숙련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사운드 : 의도된 정적이나 익숙한 멜로디의 비틀림은 뇌에 긴장감을 유도한다.

인터랙션 : QTE(Quick Time Event), 통제권 박탈은 뇌의 긴장도를 높인다.

스토리 공백 : 배경 탐색과 같은 간접 정보 수집은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긴장 이후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장치로 미니게임, NPC 대화 등이 활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감정의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 공포 크리처 디자인의 기준

공포 캐릭터 디자인 역시 ‘소름은 끼치되, 상처는 남지 않게’라는 기준을 따라야 한다. 김윤경 모델러는 실제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가이드를 제시했다:

조명 : 따뜻한 무드등보다 병원 조명 같은 차가운 톤이 심리적 긴장 유도에 효과적이다.

신체 훼손 : 내장 노출이나 절단은 주목도는 높지만, 과도하면 기억력과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적정 수위 유지가 중요하다.

혈흔 표현 : 피가 너무 많으면 심리적 부담을 주고, 채도에 따라 심박수도 달라진다.

첫인상 연출 : 등장 타이밍과 연출 방식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적정한 피의 양은 신체 40~50% 수준이 이상적이며, 채도는 붉은색은 각성, 푸른 계열은 안정을 유도한다. 이렇게 설계된 캐릭터는 잔혹하지만 기억에 남고, 심리적 충격은 최소화할 수 있다.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 안전한 공포의 미래를 위하여

발표는 “얼마나 무서운가”가 아니라, “그 무서움이 어떤 기억으로 남는가”를 공포 게임의 새로운 목표로 삼았다. 단순한 놀람을 넘어서 감정, 기억, 몰입을 유도하는 공포 경험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공포 게임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결론이다.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NDC 2025'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실제로 발표자들은 공포 자극의 사전 제거 옵션(공포 요소 ON/OFF 설정)이나 NPC 대화 유도, 몰입 회복 장치를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었다. 이는 공포 게임이 이제 더 이상 일부 매니아를 위한 장르가 아닌, 모든 유저가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놀이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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