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침묵 깨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울프 8 = 릭 매킨타이어 지음. 노만수 옮김.
미국은 1872년 와이오밍주, 몬태나주, 아이다호주에 걸쳐 있는 8천933㎢ 규모의 광대한 땅을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메리카들소, 코요테와 엘크, 퓨마와 흰머리수리, 늑대 등 수많은 야생동물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공원 관리국 관계자들은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관광객과 야생동물의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판단했다. 곧 늑대 '제거작업'을 시작했고 1926년 마지막 늑대까지 사살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포식자가 사라지자 엘크와 들소 같은 초식동물이 초원의 풀과 강가의 새싹을 남김없이 먹어 치운 것이다. 풀과 나무가 사라진 들판으로 철마다 강물이 범람하면서 새들과 비버들이 집을 잃었다. 그렇게 옐로스톤의 생태계는 파괴되어 갔다.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한 미국 연방정부는 옐로스톤의 생태계를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고, 1995년 1월 늑대를 공원에 방사했다.
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늑대를 관찰한 사람이 들려주는 야생 복원기다. 미국의 늑대 행동 전문가인 저자는 하루 16시간 이상, 일주일에 78시간씩, 6천175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과 들판으로 나가 늑대를 바라보며 야생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장면을 기록했다.
특히 가장 작고 털도 볼품없던 잿빛 수컷 새끼 '늑대 8번'을 주목해서 관찰했다. 어느 날 보잘것없는 새끼가 커다란 회색곰에게 홀로 맞서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 계기였다. 저자는 덩치 큰 형제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8번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곳에서 가장 위대한 '알파 수컷'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기록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늑대의 사랑과 우정, 경쟁과 혼란, 협동과 공감 등 독특하고 고유한 관계도 조명한다.
사계절. 352쪽.

▲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우숙영 지음.
인공지능(AI) 미디어아티스트인 저자가 AI를 삶의 반려로 삼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미래를 상상했다.
일흔이 넘어서도 AI를 궁금해하는 부모님,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걱정하는 딸을 둔 후배, AI 도구 사용의 허용 범위를 고민하던 동료 교수의 사례 등을 조명하며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조건을 탐색한다.
AI는 확실히 질병을 치료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며, 생명 연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저자는 예측한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신뢰해야 하는가", "왜 공부해야 하는가"처럼 살면서 한 번쯤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인생 질문'에 대한 답까지 제공하진 못한다고 말한다.
창비. 340쪽.

▲ 침묵 깨기 = 일레인 린 헤링 저자(글). 황가한 옮김.
미국 협상전문가인 저자는 세상은 시끄러운 곳이고, "당신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침묵, 그러니까 남들의 말에 순응하는 건 부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침묵은 자기 의심, 인격 침해, 사고력 둔화, 고통 악화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한 사람의 자아를 지우는 심각한 문제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계속해서 남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서 세월을 보내다 보면 자신에게 가치관, 사고 과정, 자기만의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목소리의 힘을 잃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기 때문이다."
알에이치코리아. 38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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