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세미나 잇따라 열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김지연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일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든 과거사 등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상황 관리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18일 한국정치외교사학회·동서대 일본연구센터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한일관계가 안정적으로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징용, 위안부, 독도,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 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 협정) 등 요소가 돌발 요인으로 돌출할 수 있고 냉철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관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고 그걸 뒷받침하는 최고지도자(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특히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보좌관이 최근 강조하기도 했던 '국내 여론 설득'이 중요해지리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일관계가 우호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새 정부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받아들인 것은 참 다행"이라며 젊은 세대를 위해서도 한일관계 발전의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 한일미래포럼 대표는 "그전에 생각했던 민주당의 일본에 대한 생각과는 많이 다른 시작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엄격했던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한일 수교 60주년 행사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과거사에 대한 언급없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했는데, 당초 외교부가 올린 초안에는 과거사 관련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열린 다른 콘퍼런스에서도 한일이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는 양국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이날 오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함께 개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60년과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적어도 민간 수준에서는 한일 신시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나라 외교관 황쭌셴(黃遵憲)이 조선 말기 무렵 쓴 '조선책략'의 개념을 빌려 "글로벌 리더십을 포기 혹은 남용하지 않도록 미국을 돕는 친미(親美), 일본과 함께 가는 결일(結日), 질서 유지를 위한 중국과 사안별 연대로서 연중(聯中)"을 제안했다.
이정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중경쟁의 구조변동 차원이 아닌 한일이 협력해 주도할 수 있는 정책 과제로 북한의 국제사회로의 복귀와 경제 발전을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 간 협력을 토대로 하는 '북한개발 신탁기금' 및 '동북아개발은행' 구상을 소개하며 "2025년 시점에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장기적 비전으로 봤을 때 한일 사이 북한이 갈등·대립의 소재가 아니라 공동 협력 대상이 되는 비전을 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최근 공급망 문제 및 트럼프 행정부 정책 대응 협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신정부에서 가입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짚었다.
아베 마코토 아시아경제연구소 상석주임조사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따라 일한 기업들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표준화 공동 추진, 양국 간 디지털 협정 등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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