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존경하던 선배 앞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KIA 타이거즈 윤도현은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4타수 3안타(2홈런) 2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팀의 5-3 승리와 2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1회초 선두타자로 출격해 KT 선발 조이현의 4구째, 139km/h 패스트볼을 조준했다. 비거리 109.9m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팀에 1-0 선취점을 안겼다. 3-3으로 동점이던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조이현의 4구째, 108km/h 커브를 강타해 비거리 108.2m의 좌월 솔로 홈런을 선보였다. 4-3을 만들었고, 이 한 방이 결승타가 됐다.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볼넷을 골라낸 윤도현은 9회초 선두타자로 출격해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박찬호의 희생번트에 2루로 진루했고, 오선우의 적시타에 홈을 밟았다. 5-3으로 쐐기를 박았다.
윤도현의 선두타자 홈런과 연타석 홈런은 모두 2023년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시즌 3호, 4호포를 한 경기서 연이어 쏘아 올렸다.
이범호 KIA 감독은 "타선에서 윤도현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1회초 선두타자 홈런에 이어 앞서나가는 연타석 결승 홈런까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윤도현은 연타석 홈런 소감부터 들려줬다. 그는 "팀이 앞선 두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무조건 살아 나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운 좋게 홈런이 나왔다. 그냥 별생각 없이 공을 치러 나가다가 걸렸다"며 미소 지었다.


윤도현은 "정식 경기에서 홈런 2개 이상을 친 것은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생 때부터 통틀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집에서 이미지 트레이닝할 때도 한 경기 홈런 2개는 잘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홈런 2개가 나와 기분 좋다"고 밝혔다.
최근 4경기에서 홈런 4개를 몰아치고 있다. 윤도현은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 타격감도 특별히 좋다고 느끼진 않는다"며 "다만 요즘 타석에서 접근법을 바꿨다. 너무 급하게 임하는 듯해 '차분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올 시즌 KIA의 리드오프는 주로 박찬호였지만 최근 2경기에선 윤도현이 1번 타자로 나섰다. 윤도현은 "학창 시절부터 1번 타자는 거의 안 해본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타순이 몇 번이든 무조건 경기에 나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냥 첫 번째 타자라 여겼다"고 덤덤히 말했다.
올해 2루수를 중심으로 3루수와 유격수도 소화했다. 윤도현은 "확실히 3루수보다는 2루수로 나갈 때 초반 부담이 조금 덜하다. 타격에서도 결과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2루가 편하다"고 전했다.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이탈하며 윤도현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윤도현은 "사실 감독님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캠프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 결과가 진짜 안 좋았는데도 계속 기회를 주셨다"며 "개막 엔트리에 들었을 때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나마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를 포함해 2군에 있거나 주전으로 나가지 못했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모두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오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윤도현은 3월 22일 개막 엔트리 승선 후 3월 27일 말소됐다. 이후 5월 22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윤도현 역시 부상과 악연이 깊다. 2022년 입단 첫해 중수골 골절, 2023년 햄스트링 부상, 2024년 옆구리 부상 및 중수골 골절 등 매년 고생했다.
그는 "3년 동안 부상이 있었다. 세 번째 부상이 생겼을 때는 힘들었지만, 그전에는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자 했다. 재활을 통해 몸을 잘 만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열심히 준비했다"며 "덕분에 지금 좋은 결과가 나오는 듯하다. 부상은 안타깝지만 내겐 하나의 자산이자 배움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이날 KT의 '영원한 캡틴' 박경수 KT 퀄리티컨트롤(Quality Control·QC) 및 1루 주루코치가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윤도현은 "1루에 출루했을 때 '그만 좀 쳐라'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난 '아닙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며 "사실 경기 시작 전 은퇴식 관련 영상을 보는데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윤도현은 "어릴 때부터 선배님 영상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그냥 박경수 선배님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영광스러웠다. 기분 좋았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 KIA 타이거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