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스즈키컵도 아니고, 미쓰비시전기컵도 아니다.
'박항서 매직'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최고 권위 대회 '아세안컵(AFF컵)' 스폰서를 한국 기업이 맡는다.
현대자동차가 아세안컵 명명권을 획득해 대회 이름을 변경했다. 해당 대회는 'ASEAN 현대컵'으로 이름이 바뀐다.
현대차는 26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있는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HMMI)에서 열린 AFF와 조인식을 갖고 동남아시아 권역 남자 국가대표 축구 대회의 공식 명칭을 '아세안 현대컵'(ASEAN Hyundai Cup)으로 변경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현대차가 새로운 타이틀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2026년, 2028년에 개최 예정인 두 번의 대회는 현대컵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현대컵 외에도 아세안 클럽 챔피언십 쇼피컵과 아세안 여자 MSIG 세레니티 컵, 아세안 U-23 챔피언십 등도 올해부터 4년간 후원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1999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후원을 시작으로 글로벌 축구 스폰서십을 점차 확대했다. 최근엔 남미축구연맹(CONMEBOL)이 주최하는 남미 최상위 축구 클럽 대항전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공식 후원사로도 참여했다.
현대차는 이날 조인식에서 동남아축구연맹 후원을 기념해 전기버스 카운티를 개조한 '찾아가는 도서관'도 선보였다.
차량 실내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자료와 축구 콘텐츠가 배치된다.

현대차 아태권역본부 김성남 전무는 "현대컵은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축구연맹과 맺는 첫 공식 파트너십으로, 현대차의 동남아 시장 내 입지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AFF 키예프 사메스 회장은 "동남아시아 축구 연맹과 회원 협회를 대표해 혁신의 글로벌 리더이자 축구의 변함없는 후원자인 현대자동차를 타이틀 파트너로 맞이하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현대자동차의 탁월한 유산과 전 세계 축구 커뮤니티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은 동남아시아 축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AFF의 사명과 완벽하게 부합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ASEAN 현대컵은 우리 지역 선수, 팬, 국가들의 최고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며 "현대자동차와 함께 우리는 미래 세대를 고무하고, 지역사회를 강화하며, 아세안의 무한한 정신을 세계에 자랑스럽게 알릴 흥미로운 새로운 장을 써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명명권을 가져온 아세안컵은 AFF 회원국이 참가하는 축구 대회로 2년에 한 번씩 개최한다.
개최국을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 전역에서 조별리그부터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벌어진다.
원래 싱가포르의 타이거 맥주가 후원해 타이거 컵으로 불렸으나, 2004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타이거 맥주가 스폰서에서 물러났다.
이후 2007년 대회는 타이틀 스폰서 없이 치렀으며, 2008년 대회부터 2020년 대회까지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 회사 스즈키의 후원을 받게 되면서 스즈키 컵으로 불렸다.
2022년과 2024년 대회는 일본의 재벌 미쓰비시전기의 후원을 받아 미쓰비시전기컵으로 불리게 됐고 2026년과 2028년 대회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현대컵으로 바뀌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대회다. 동남아시아의 축구 패권을 다투는 목적이 있는 만큼, 호주를 제외한 모든 가맹국이 빠짐없이 참가한다.

호주는 단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다. 나머지 소속국들과는 사회·문화적으로 동떨어져 있으며 결정적으로 호주의 실력이 너무 압도적이다. 2025년 4월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6위에 오를 정도의 축구 강국이다. 그래서 호주가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많은 팬들이 수긍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가 이번 명명권을 가져온 이유는 동남아시아가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판단하고 공략에 들어선 곳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연합인 '아세안'을 형성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일본 기업이 자동차 산업을 독점하고 있었는데, 최근 전기차, 다목적차랑(MPV) 등 차종이 다양해지면서 한국과 중국 업체 등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앞다퉈 해당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AFF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 브렌드 홍보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꾸로 아시아에서 큰 규모의 대회에 현대차가 스폰서십으로 참여, 한국 축구의 영향력을 높였다는 의미도 크다. 아시아 축구계에선 아시아축구연맹(AFC)이나 아시아 내 메이저대회에 한국 기업의 스폰서 참여가 부족해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 자동차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