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나무뿌리 드러난 산지…주민들 "비 오면 산사태 걱정"
산 정상부까지 밑동 탄 나무 수두룩…흙더미는 바싹 메말라
골막이 설치·위험목 제거… 다음 달 중순까지 긴급조치 완료 예정
산 정상부까지 밑동 탄 나무 수두룩…흙더미는 바싹 메말라
골막이 설치·위험목 제거… 다음 달 중순까지 긴급조치 완료 예정

[※ 편집자 주 = 대구 북구 도심 근처에서 발생해 주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함지산 산불'이 난 지 1개월이 지났습니다. '도심형 산불'이라는 새로운 재난 유형을 만들어낸 이번 산불은 기존 산불과는 다른 차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남겼습니다. 연합뉴스는 산불 피해 현장과 복구 과정, 도심형 산불에 대비한 당국의 대책을 다룬 기사 2건을 송고합니다.]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긴급복구 작업을 마칠 계획입니다."
지난 22일 찾은 대구 북구 조야동 함지산.
산불이 휩쓴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상흔은 여전했다.
산불의 흔적은 함지산에서 500m 떨어진 신천대로에서도 선명히 보였다.
멀리서 본 산은 군데군데가 멍이 든 것처럼 시커멓게 변했다.
열기로 잎이 누렇게 말라버린 곳이 구름 낀 하늘과 대비됐다.
함지산 등산로 입구는 다니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등산객이 한창 산을 찾아올 시기였지만 근처 밭에서 일하는 주민들만 일부 보였다.
밭일하던 70대 주민은 "숲이 이렇게 변했는데 누가 오겠냐"며 시커멓게 변한 산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이맘때면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보기 흉해서 그런지 올해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날 함지산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모두 장마철 산사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장마가 코앞인 만큼 산에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릴까 노심초사했다.
김호득(57)씨는 "창고 바로 뒤편에 물이 흐르는 골이 파여 있다"며 "비가 내리면 흙더미가 골을 따라 쓸려 내려올까 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30m 떨어진 곳에는 민가가 모여있다. 또 시커멓게 변한 산골짜기 사이를 따라 난 길에는 비닐하우스, 창고 등이 있어 주민들 우려가 크다.
대구 북구청은 흙과 모래가 흘러내릴 우려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마른 계곡에는 골막이가 너비 5m, 높이 1m 50㎝ 규모로 설치되고 있었다. 골막이는 비가 내릴 때 계곡을 따라 마른 흙 등이 떠내려오는 것을 막아준다.
중장비가 커다란 바위(파쇄석)를 옮기며 계곡 한쪽에 하나씩 쌓았다.
근로자들이 쌓인 바위 사이사이를 시멘트로 메웠고 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배관을 길이에 맞게 잘라 설치했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여기 근처만 보더라도 소나무 밑동이 시커멓게 타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흙을 잡아주고 있던 나무가 죽어버리면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골막이가 설치되는 현장 일대 흙은 한눈에 봐도 바싹 말라보였다. 산 정상부까지 밑동이 타버린 나무가 많이 보여 비가 세차게 내리면 주변 흙과 모래가 흘러내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북구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다음 달 중순까지 긴급복구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북구는 한국치산기술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토사 유출 위험이 우려되는 곳에 골막이와 마대 더미를 각각 5개 설치한다. 골막이의 경우 지형에 따라 너비가 5∼11m, 높이는 1m 50㎝∼3m 규모로 짓는다.
또 민가 주변 위험목은 베어낼 예정이다.
추후 정확한 피해 면적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산사태 위험지역 정밀 조사 후 대책을 마련한다. 현재 산불 피해 규모는 150∼180ha이다.
북구는 등산로 입구 주변에 산불 감시 목적의 폐쇄회로(CC)TV 9대를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산림청에 내년도 국비 사업을 신청했다.
hsb@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