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불 재발화…영향구역 내 3개 지점서 피어오른 연기 민가 향해
불씨 바람 타고 시가지 번질 우려도…야간 방화선 강화·잔불정리 총력
전문가들 '비상한 대책' 주문…도심특성 맞는 산불예방 장비확충 제안
불씨 바람 타고 시가지 번질 우려도…야간 방화선 강화·잔불정리 총력
전문가들 '비상한 대책' 주문…도심특성 맞는 산불예방 장비확충 제안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김선형 박세진 기자 = 지난 28일 발생해 23시간 만에 진화됐던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산불이 잔불 정리 중 재발화하며 확산해 당국이 불길을 잡기 위한 야간 진화에 돌입했다.
특히 야간 시간대 예보된 풍향을 고려할 때 자칫 불티가 바람을 타고 비화해 아파트 등 민가가 밀집한 주변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당국은 인력과 장비를 대거 동원해 방화선 강화·잔불 정리 작업 병행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30일 산림 당국은 일몰을 전후해 주간 진화 작업에 투입한 헬기 43대를 모두 현장에서 빼낸 뒤 지상 인력을 위주로 방화선을 구축하거나 잔불을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들어 재발화한 산불로 아파트 등 민가가 밀집한 서변동 등 방면으로 접한 함지산 일대 2.2㎞ 구간에 화선이 형성됐으나 주간 진화 작업을 통해 잔여 화선은 1.1㎞로 줄었다.
하지만 재발화 영향으로 현재 산불영향 구역 내 북·동쪽에 있는 백련사와 망일봉, 원담사 3개 지점에서 많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잔여 화선 대부분도 이곳에서 발견된다.
이들 3곳 너머로는 아파트와 주택 등이 밀집한 서변동과 구암동이 있다.
밤사이 산불 현장에는 풍속 2∼6㎧인 남서풍·남풍 계열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된 까닭에 당국은 현장에 남은 불씨가 서변·구암동 2곳으로 번지지 않도록 진화인력 595명과 장비 37대 등을 백련사·망일봉·원담사 3개 구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방화선 강화, 산불 진화 등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불 재확산에 대응해 국가 동원령을 발령한 소방 당국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구암·서변 지역 2곳에 소방차 등 차량 60여대와 인력 200여명을 배치했다.
소방청장은 특정 시도 소방력으로는 화재 등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거나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재난 현장에 동원할 필요가 인정될 때 동원령을 발령할 수 있다.

함지산 산불 현장에서는 전날 오후 늦게부터 산불 영향 구역에 포함된 북·동쪽 방면 5개 구역에서 재발화가 목격됐다.
이후 당국이 이날 오전까지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앞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로 땅에 열이 가득 차 있고 연소할 수 있는 물질도 현장에 많이 남아있는 탓에 기상 조건에 따라 불이 되살아났다가 진화되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까닭에 재발화 현장 곳곳에서는 거대한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오후 들어 거세진 바람을 타고 주변 민가 밀집 지역인 서변동 등으로 퍼져나갔다.
상황이 이렇자 대구 북구는 이날 오후 5시 13분께 서변동 인근 주민들은 즉시 동변중, 연경초, 팔달초, 북부초로 대피하라고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동변중을 비롯해 팔달초, 연경초 등 지정된 산불 대피소에는 주민들이 속속 모여든 까닭에 오후 8시 현재 모두 210여명이 대피해 있는 상태다.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변중에는 2시간 만에 인원이 모두 차 늦게 도착한 주민들이 다른 대피소로 향하기도 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그저께도 대피령이 떨어져서 친척 집에서 자고 어제는 진화됐다기에 집에서 잤다"며 "오늘은 퇴근해 귀가하려니 경찰들이 집에 못 들어가게 해 대피소로 왔다.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 인구 밀집 지역과 인접한 함지산에서 산불이 다시 확산해 주민 등이 대피하는 비상사태가 이틀 만에 되풀이하자 도심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등 우리나라 도시 대부분이 산을 끼고 있는 만큼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비상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과 백찬석 교수는 도심이라는 지형적 특성에 맞는 산불 예방 장비의 대대적인 확충을 제안했다.
백 교수는 "도심 야산에 철조망을 치거나 벽을 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산에 오를 수 있는 장소에 폐쇄회로(CC)TV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기반의 불꽃 감지기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불 조심 기간에라도 열과 연기 등을 감지하는 드론을 일정 간격으로 띄워 화재 시 초동 대처,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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