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한 타석이면 충분했다. 3루타 한 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야기다.
이정후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33에서 0.329(85타수 28안타)로 소폭 하락했다.
전날 LA 에인절스전에서 무안타에 그친 이정후는 이날 경기에서도 침묵을 이어갔다. 첫 번째 타석부터 세 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단 1개도 뽑지 못했다. 세 타석 모두 결과는 땅볼이었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빠른 타구가 나오기도 했지만, 발사각이 3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네 번째 타석에서 올 시즌 개인 두 번째 3루타로 홈 팬들을 열광케 했다. 팀이 3-2로 앞선 7회말 2사 1루에서 좌완 제러드 케이닉의 2구 싱커를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만들었다. 3루에 도착한 그는 오른손을 번쩍 들며 기쁨을 표현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에 따르면, 타구 속도와 발사각은 각각 시속 102.2마일(약 164km/h), 16도로 측정됐다.


이정후의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면서 미국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이정후가 3루타를 치는 영상을 공개한 메이저리그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정후에게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있다"며 이날 경기에서 이정후가 나타낸 존재감을 강조했다.
머큐리 뉴스는 "올 시즌 두 번째 3루타를 날린 이정후는 2루타 10개로 이 부문 MLB 전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팀 내에서 가장 높은 OPS 0.983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정후가 싱커를 받아치기 전 3만1758명의 관중은 이정후의 응원가를 부르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고 설명했다.
사령탑도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머큐리 뉴스 등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오늘(22일)의 3루타가 그의 마지막 3루타는 아닐 것"이라며 이정후 향후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현지에서 이정후에 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태너 하우크(보스턴 레드삭스)의 투구 패턴을 소개하면서 최근 이정후의 변화를 언급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18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055라는 놀라운 수치를 나타내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며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이 0.382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만, 이정후는 몇 가지 의도적인 변화를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시즌보다 초구 타격 비율이 10% 높아졌는데, 이정후는 접근 방식에 변화를 줬다.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은 6% 상승했다"며 "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가져가면서 더 많은 스윙과 미스가 발생했지만, 삼진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평균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또한 매체는 "이정후는 파워 히터는 아니지만, 그라운드 내 모든 곳을 공략하는 접근 방식으로 장타를 생산할 수 있다"며 "빅리그, 특히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그의 발사각과 빠른 발은 많은 장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밀워키와의 4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샌프란시스코는 23일 조던 힉스를 선발로 내세워 2연승에 도전한다. 밀워키의 선발투수는 좌완 호세 퀸타나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