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인사 놓고 백악관 회의서 정면 충돌…"막말·욕설 난무"
인수위 시절부터 서로 '눈엣가시'…"2인자 '서열 다툼' 최고조"
인수위 시절부터 서로 '눈엣가시'…"2인자 '서열 다툼' 최고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트럼프가 지켜보는 백악관 회의에서 'F'로 시작하는 욕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난데없이 욕설과 고성이 오갔는데, 이는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소리였다고 미 정치 매체 악시오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인 머스크와 금융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재무 장관 베선트 입에서 이날 쏟아져나온 막말과 고함은 회의 참석자들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간 서로 '눈엣가시'로 불편한 관계이던 두 사람이 이날 정면 충돌한 것은 뜻밖에도 국세청장 인사가 화근이 됐다.
최종 인사권자인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각각 자신의 '라인'을 국세청장 직무대행 자리에 앉히려고 설전을 벌이다 수위가 점점 올라갔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는 베선트 장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앞서 머스크가 내세웠던 게리 섀플리 국세청장 직무대행은 불과 사흘 만에 자리에서 밀려나는 굴욕을 맛봤다는 것은 이미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새 직무대행으로 '베선트 라인'인 마이클 포켄더 재무부 부장관이 트럼프의 낙점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여러 목격자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회의 분위기는 머스크와 베선트 간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졌다는 게 악시오스가 보도한 뒷얘기다.
이들 목격자 중 한명은 "집무실에서 그들은 물리적으로 얽히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들은 복도로 옮겨가서도 계속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회의에서 베선트가 머스크와 마주했을 때 'F-욕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웨스트윙에서 억만장자인 두명의 중년 남성이 마치 WWE(프로레슬링)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회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조국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놓고 놀랍도록 열정적인 이들을 한팀에 넣는 게 비밀은 아니다"라며 "이견은 건강한 정책 과정의 일부"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충돌은 표면적으로는 '보스' 앞에서 2인자 자리를 놓고 서열을 정리하려는 권력 다툼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머스크와 베선트 사이에 도사리고 있던 악연이 터져나온 것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앙숙 관계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있던 인수위원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첫 재무 장관으로 베선트가 아닌 하워드 러트닉을 밀었는데, 트럼프는 러트닉이 아닌 베선트를 앉혔다.
러트닉은 상무 장관이 됐다.
머스크와 베선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무부 내부 인사를 놓고도 수시로 으르렁댔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행세하며 장관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머스크가 이날 베선트 장관과도 맞붙으면서 각료들을 상대로 대립각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게 됐다고 악시오스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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