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27일 GS아트센터 개관공연…"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울러"
무용수 서희 "ABT와 함께 한 20년, 한눈팔지 않았다는 자존감 줘"
무용수 서희 "ABT와 함께 한 20년, 한눈팔지 않았다는 자존감 줘"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솔리스트부터 코르드발레(군무 단원)까지 뛰어난 무용수들이 작품을 선보일 거고요. 저희에겐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무용수가 많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무용수들의 뛰어난 역량을 경험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13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하는 ABT의 수전 재피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올해 창단 85주년을 맞은 미국 국립발레단 ABT는 러시아 마린스키와 볼쇼이 발레단, 영국 로열 발레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이다. 고전부터 컨템퍼러리 발레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유명하다.
ABT는 이달 말 새로 문을 여는 GS아트센터의 개관 공연을 담당한다. 16명의 수석 무용수를 포함해 총 104명이 내한해 20세기 대표 안무가 조지 발란신부터 현재 컨템퍼러리 무용계에서 주목받는 안무가 카일 에이브러햄까지 다양한 시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재피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고전과 현대 등) 다양하게 섞여 있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며 "작품 간 긴장감도 형성하고 프로그램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베리 휴슨 경영 감독은 "국내 관객에게는 이번 공연이 테이스팅 메뉴(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메뉴), 식당의 맛을 조금씩 맛보는 기회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휴슨 감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언급하며 이를 기리는 의미도 공연에 담겠다고 덧붙였다.

ABT에서 활동 중인 수석 무용수 서희와 안주원, 솔리스트 한성우와 박선미, 코르드발레 서윤정 등 5명의 한국 무용수도 이번 내한 공연 무대에 오른다.
동양인 최초의 ABT 수석 무용수로서 20년간 ABT와 함께해온 서희는 "발레단원으로 오랜만에 내한했다"며 "발레단 친구들과 여러분께 특별한 안무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희는 20년간 ABT에서 활동한 데 관해 "20년이 제게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자존감을 준 것 같다"며 "20년간 내 일을 장인처럼 열심히, 한눈팔지 않고 한 길만 오랫동안 갔다고 하는 자존감"이라고 돌아봤다.

서희는 "(ABT에)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는 게 저에겐 기쁨"이라며 "이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게 가장 기쁜 일이다. 제가 했던 것처럼 이 친구들도 후배들을 격려해주고 도울 것이라고 생각해 항상 감사하고 대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주원은 "미국에서 봤을 때 멋지다고 생각한 작품, 한국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을 가져왔다"며 "국내 팬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했다.
재피 감독은 한국인 무용수들의 공통점을 묻는 말에 "각자가 가진 개성이 달라 뭐라고 하나로 꼽긴 어렵다"면서도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무용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예술적으로도 뛰어나다. 무모할 만큼 열심히 하는 진취적인 태도도 공통으로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에 2인무 '네오'(Neo)를 선보이는 수석 무용수 이저벨라 보일스톤과 제임스 화이트사이드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보일스톤은 "한국 사람들이 따뜻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며칠간 한국에서 보낼 시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일스톤은 남편이 한국 사람이라며 그의 가족에게 공연을 선보이게 된 점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ABT는 그간 인종, 젠더 등에서 다양성을 실천해온 발레단이기도 하다. 재피는 여성 최초로 ABT 예술감독에 임명됐고 주요 발레단으로는 드물게 흑인 여성 수석 무용수 미스티 코플랜드를 임명하기도 했다. ABT는 앞으로도 다양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재피 감독은 "예술 세계에서 오랫동안 남성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며 "ABT는 여성의 목소리, 여성 안무가나 여성 아티스트, 유색 인종들의 레퍼토리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만 "백인 남성의 안무가를 초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백인 남성, 여성, 유색인종 예술가가 매년 함께하는, 그런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은 오는 24일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해 27일까지 이어진다.

encounter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