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재심서 '1천억 신용공여' 제안
연합뉴스
입력 2025-04-22 08:21:58 수정 2025-04-22 08:48:39
신평사 "등급 하락 가능성 경고" vs MBK "인지했다면 더 일찍 제시했을 것"
2월25일 한기평 1차 정기평정 통보 이전 '강등 가능성 인지' 최대 쟁점


홈플러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지난 2월 신용평가사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통보 이후 열린 재심에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 변경 외에도 1천억원 한도의 크레딧 라인(신용공여 한도)을 제공하는 신용보강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평가사들은 2월 중순 첫 기업설명(IR) 미팅 이후 홈플러스 측에 등급 하락 가능성을 경고해왔다고 주장하지만, MBK는 재심 당시 제출한 추가 자료들은 오히려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살펴본 금융당국이 사건을 검찰로 통보한 가운데 수사의 최대 쟁점은 2월 25일 1차 신용등급 강등 통보 이전에 이들이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답하는 김광일MBK 파트너스 부회장(서울=연합뉴스)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광일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3.18 [국회사진기자단] photo@yna.co.kr

◇ MBK, 홈플러스에 1천억 한도 신용공여 제시…"강등 언질 받았으면 미리 했을 것"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월 25일 오후 4시께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단기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락하게 될 거라는 정기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

한기평은 홈플러스에 재심 신청 의사가 있는지 물으며 관련 절차를 안내했고, 홈플러스는 이튿날인 26일 오전 곧바로 재심을 요청했다.

등급평정 재심은 이전과 달라지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당시 MBK와 홈플러스가 제출한 신용등급 하락 방어 자료는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 변경이다. 이는 지난달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직접 밝힌 내용이다.

홈플러스 발행 RCPS의 상환권은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와 홈플러스가 모두 갖고 있었는데, 등급 하락 위험이 눈앞에 닥치자 MBK는 한국리테일투자와 홈플러스 간 RCPS 발행조건 변경합의서를 체결하게 하고 홈플러스만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변경했다.

이를 통해 잔액이 약 1조1천억원에 달하는 RCPS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상되면 부채비율이 떨어져 등급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게 MBK의 구상이었다.

이후 홈플러스는 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우선주 상환 조건을 변경하기 위한 정관 개정을 의결하기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촬영 안 철 수] 2025.1.25

RCPS 상환 조건 변경 외에도 홈플러스·MBK가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업무집행사원(GP)의 1천억원 규모의 크레딧 라인 제공이다.

홈플러스 주주사인 MBK가 홈플러스에 1천억원 한도의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고, 홈플러스가 한도 내에서 자금을 요청하면 MBK가 자체 신용 등을 통해 조달해주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는 기업 신용도에 유사시 그룹 내 타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다. 홈플러스는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여서 계열 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MBK가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고자 26일 재심에서 운용사 고유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서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과 홈플러스는 2월 말 단기신용등급 정기평정을 2주 정도 앞두고 연례 사전 IR 미팅을 진행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평정 과정에서 부정적인 언질을 주기 때문에 평가 대상 기업은 신용도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지난달 정무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기범 한기평 대표는 '심사 과정 중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의 하락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 "내부적으로는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와 MBK가 재심에서 제출한 자료들은 오히려 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2월 25일 예비통보 전에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줄 몰랐다"며 "IR 미팅 이후 떨어질 것 같다는 암시를 받았으면 이런 조치들을 미리 하지, 왜 26일 재심의에서 제출했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평사들의 경고성 언질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당시 1천억원 규모의 크레딧 라인을 제공할 정도로 등급을 유지하고 회사를 꾸려나가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보통 등급평정 업무 과정에서 기업 측에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언급을 해주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신평사의 경고는 회사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고 자료를 충분히 들여다본다면 등급을 떨어뜨릴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당국, 검찰에 사건 이첩…2월 25일 이전 신용등급 강등 인지 여부 관건


금융위원회는 홈플러스와 MBK 관계자들을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초 "검사·조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사실관계가 확인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홈플러스가 2월 25일 오후 4시께 신용등급 하락 평정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힌 만큼, 해당일 전까지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 관계자들이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2월 25일은 홈플러스 매입채무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마지막으로 발행된 날이기도 하다. 다만 통상적인 채권 발행 절차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ABSTB 발행은 전 영업일에 사실상 마무리된다.

ABSTB 발행을 주도한 신영증권[001720]이 증권사·저축은행·운용사 등 인수자 명단과 최종 인수 금액을 확정한 뒤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맺으면 홈플러스는 해당 신용카드사의 구매전용카드로 물품대금을 결제하는데, 이 같은 절차는 24일 오후, 늦어도 25일 오전에는 마치게 된다.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홈플러스가 2월 28일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해왔다는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홈플러스와 MBK가 25일 이후부터는 한기평 통보로 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점, 늦어도 25일 오전까지는 채권 발행 절차가 사실상 완료된 점 등을 고려하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유무를 가르는 기준일은 28일이 아니라 25일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도 ABSTB를 발행하도록 한 행위가 사기적 부정거래가 되려면 2월 28일이 아니라 최소 25일 이전에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했다는 정황이 포착돼야 하는 것이다.

강제 수사권 없는 금감원은 MBK 검사·조사 과정에서 이메일과 내부 문건, 관계자 진술 등에 주로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건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강제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내역 등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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