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발언' 여러 의미 해석 가능…하나의 의미로만 보고 처벌 안돼"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도 "과장일 수 있지만 허위로 보기 어려워"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도 "과장일 수 있지만 허위로 보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2심이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는 실제 한 발언을 넘어 쉽게 유추하거나 확장해 처벌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형사법의 주요 원칙인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비롯해 법해석 방법론 측면에서는 확장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다.
유추해석 금지 원칙은 법률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해 그와 유사한 성질을 갖는 사항에 관한 법률 적용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법 해석과 적용에서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금한다는 취지다. 확장해석 역시 법문상 용어를 보통 사용되는 의미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으로, 형사재판에선 용인되지 않는다.
이번 서울고법 판단에서 이 대표 발언의 경위와 맥락, 일반 선거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고(故) 김문기씨 관련 발언을 해석해 의미를 부여한 1심과 결정적으로 달라진 부분이다. 백현동 발언 역시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결국 2심은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한 검찰 해석을 두고 유추·확장해석으로 판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 "'골프 치지 않았다' 다의적 해석 가능…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에 유리하게"
선거법 위반 혐의는 크게 두 가지 발언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2021년 12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4차례 방송사 인터뷰 등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다.
2심에서 특히 쟁점이 됐던 건 1심이 유죄로 본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발언이다.
이 대표는 방송에서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1심은 '조작한 것' 발언의 의미는 경위와 맥락, 일반 선거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봤을 때 '김 전 처장과 함께 해외 출장 기간에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2심은 문제의 사진 자체는 원본 중 일부를 떼어놓은 것이므로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대표 발언 역시 주장대로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더라도,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한 상황에서 하나의 의미로만 해석해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 운동의 자유를 반영하지 않는 결과가 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원칙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2심은 '성남시장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등 발언도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건 "인식에 관한 것일 뿐 행위에 관한 것일 수 없다"며 1심과 같이 무죄 선고했다.
검찰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 암시적으로 드러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표현과 다른 내용을 암시했다고 쉽게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하지도 않은 표현에 대해 형사 처벌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기소된 일부 발언에 대해 "원문을 조금씩 추출해 한데 묶어 분류한 것"이라며 하나하나 살펴 판단했는데, 검찰이 발언을 임의 발췌했다며 비판해온 이 대표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대표 발언의 배경으로 '대장동 비리 의혹과 연관성을 끊어 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내심의 의도 등 주관적 사정에 따라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할 수 없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상 표현의 해석에 고려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과장일 수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려워"
2심은 이 대표가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 나와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상향 변경은 국토교통부 요청에 따라 한 것이고, 안 해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는 이른바 '백현동 발언'에 대해선 애초 선거법이 처벌하는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전체적 '의견표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 주장대로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1심은 이 대표가 스스로 검토해 용도지역을 변경했다고 봤으나, 2심은 성남시가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장기간 다각도로 압박받았던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전제하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받았다'고 한 발언 역시 "과장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허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표 사실 전체로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약간 차이가 나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
이 대표가 국토부 공문상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을 했다고 한 부분도 '의견 표명'이라고 했다.
한편 '백현동 용도부지와 관련해 국토부의 거듭된 요구가 있었고, 이 대표는 이를 수용해 성남시 이익 확보를 위한 나름의 방안을 모색한 것'이라고 본 2심 판단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년 4월∼2018년 3월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특혜를 몰아준 의혹으로 다른 특혜 의혹 사건과 함께 별도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백현동 발언을 허위로 볼 수 없는 근거를 설명하면서 백현동 '대관 로비스트'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징역 5년을 확정받은 알선수재 사건에 대해선 "이 대표가 개입했는지에 관해서는 사실인정 된 바 없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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