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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가 쟁쟁한 타이틀이 여럿 출시를 앞둔 2025년 첫 대형 신작으로 역할수행게임(RPG) 어바우드(Avowed)를 내놨다.
'어바우드'는 북미 RPG 명가 옵시디언의 대표작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다.
MS 입장에서도 2023년 유통한 '스타필드' 이후 오랜만에 내놓는 트리플A급 신작 RPG다.
사실 '어바우드'를 둘러싼 상황은 발매 전부터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2018년 첫 공개 직후에는 상당한 관심을 받았지만, 발매 연기와 핵심 개발자 퇴사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며 기대감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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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최근 MS가 내놓은 게임들이 시장 성과와 무관하게 게임성 면에서 혹평을 받으며 '어바우드' 또한 마찬가지일 거란 냉소 어린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필이면 약 2주 전에는 '어바우드'와 비슷한 1인칭 시점의 중세 배경 오픈월드 게임 '킹덤 컴 딜리버런스 2'가 출시돼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정면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오는 19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미리 플레이한 '어바우드'는 개발사 옵시디언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난 개성 있는 RPG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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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칭 전투 재미 살린 게임플레이…풍부한 서사 강점
'어바우드'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판타지 세계를 탐험하고, 도사린 음모를 파헤치는 RPG 게임의 얼개를 충실히 따르는 작품이다.
플레이어는 태어날 때부터 신의 은총(또는 저주)을 받아 머리에 식물 모양의 기관이 자라난 갓라이크(Godlike)로, 아디어 제국의 사절이 되어 식민지 '리빙 랜드'에 발생한 의문의 전염병 '드림스커지'가 본토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자 사절로 파견된다.
'어바우드'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된다. 옵션에서 3인칭으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기본값은 1인칭이고, 전반적인 게임플레이 역시 1인칭으로 플레이할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
'어바우드'의 전작 '필라스' 시리즈가 '발더스 게이트 1·2'나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처럼 톱다운 시점에서 여러 캐릭터에 명령을 내려 모험을 펼치는 고전적인 게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다 접근 장벽이 낮은 장르로 노선을 선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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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전투임에도 상시 일시 정지가 가능해 정적인 느낌을 주던 '필라스' 시리즈와 달리, '어바우드'의 전투는 적의 공격을 실시간으로 피하거나 막아내고 빈틈을 노리는 역동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게임 속 무대 '리빙 랜드'의 환경, 다양한 종족과 신적 존재가 공존하는 세계관도 흥미롭다.
서사를 강조한 옵시디언의 게임답게, '어바우드'의 대사와 텍스트 분량은 동종 장르의 게임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여정 도중에 만날 수 있는 이름 없는 병사나 자잘한 퀘스트를 주는 마을 주민도 기본적으로 말이 정말 많다.
초반에 게임 속 대도시 '파라디스'의 거리에서 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의 종류만 해도 다양하고, 여기서 내린 결정들은 캠프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 내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화 과정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지 일부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기도 하고, 능력치가 일정 이상이어야만 활성화되는 선택지도 있다.
플레이어는 이 과정에서 게임 속 세계관과 동료들의 숨겨진 과거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판타지 게임 특성상 고유명사가 자주 나오는데, 대화 도중에 그런 단어가 나오면 별도의 주석집을 펼쳐볼 수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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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약한 상호작용이 몰입감 해쳐…한국어 한달 후에야 지원
'어바우드'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화려한 볼거리와 풍부한 서사로 표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몰입감 있는 경험으로 전환하는 데는 어설픈 구석이 엿보인다.
우선 1인칭으로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물이나 캐릭터 수가 많지 않다.
비슷한 1인칭 판타지 RPG인 '엘더 스크롤' 시리즈처럼 우호적인 NPC를 공격한다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의 플레이도 불가능하다.
게임 속 세계는 항상 시간이 고정돼있고, 오픈 월드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장소에 가려면 대부분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한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정말 생동감 넘치는 세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경험보다는, 잘 짜인 테마파크를 돌아다닌다는 인상을 준다.
밸런스에도 문제가 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적들은 플레이어에 비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강해지는데, 캐릭터 장비 강화를 위한 재료를 수급하기는 쉽지 않다. 상인에게서 사려고 해도 물가 자체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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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투는 강적이어도 어찌저찌 컨트롤로 극복할 수 있다지만, 빠른 원거리 공격을 날리는 적들이 여러 명 나타나면 주인공 캐릭터와 동료 2명만으로는 당해내기가 힘들다.
'어바우드'는 발매 시점에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대사 분량도 많은데, 원어민이 아니면 접하기 힘든 격식체나 고어, 비유적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에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제작진은 "출시 후 한달 이내 한국어 지원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MS의 주된 게이밍 플랫폼인 윈도우 기반 PC 점유율이 높은 한국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바우드'는 매력적인 세계관을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장르적 접근으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오랜 개발 기간 끝에 나온 '어바우드'의 시행착오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서사와 플레이어 경험에 집중한 게임을 내놓겠다고 밝힌 국내 게임사에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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