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감독·작가…"존재 자체 그려, 장애 향한 시각 바꾸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주목받은 배우 정은혜의 본업은 캐리커처 작가다.
23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작가 정은혜의 소소한 일상과 그 속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2016년 봄, 종종 뜨개질하며 하릴없이 반려견 지로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27살의 은혜 씨는 경기도 양평 문호리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문호리 리버마켓'에 참여한다. 그곳에 부스를 연 그는 캐리커처를 그려 판매한다.
찾아오는 손님들 얼굴을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담아내는 은혜 씨는 얼마 안 가 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고, 3년 만에 4천여 명의 모습을 종이 위에 그려낸다.
영화는 다운증후군 장애인 은혜 씨가 캐리커처 아티스트로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어머니이자 영화의 프로듀서인 장차현실 작가의 도움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포장하던 은혜 씨는 봄부터 햇볕이 뜨거운 여름, 손이 부르터 '톰톰'해지는 겨울까지 천막 아래를 지키며 어느새 혼자서 손님을 맞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다"는 은혜 씨는 몰려드는 손님들에 "그놈의 인기 골치가 아프다"면서도 손님을 향해 "예쁘다"며 인사를 건네고 선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해나간다.
그런 은혜 씨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얼굴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마법에 빠지는 듯하다.

영화는 리버마켓의 다른 판매자들과 소통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은혜 씨의 모습을 통해 그림을 매개로 사회적 관계를 확장해나가는 모습도 조명한다. 앙다문 입술로 그림에 집중하는 진지한 태도뿐 아니라 다른 판매자들과 실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흥에 겨워 사람들과 춤을 추는 모습까지 은혜 씨의 다양한 매력이 담겼다.
은혜 씨의 아버지이자 '니얼굴'의 연출을 맡은 서동일 감독은 14일 시사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은혜 씨가 가지고 있는 당당함, 위트, 자존감을 잘 녹여내고자 했고, 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차현실 작가도 "영화에서 온전히 독립적인 은혜의 모습이 나오는 걸 보면서 은혜를 장애인 딸로만 인식했던 지난 시간을 알게 됐고, 은혜가 가진 힘을 보게 됐다"면서 "아름다운 사람, 존재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 또는 시각의 전환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작가와 은혜 씨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때로는 먹는 것으로 때로는 그림을 가지고 다투는 두 사람의 모습, 딸의 고집에 수긍하듯 뒤돌아서서 허공에 딱밤을 때리는 시늉을 하는 엄마의 모습은 따뜻한 웃음을 자아낸다.
23일 개봉. 186분. 전체 관람가.

stop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