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 입장료는 태국어로 적고 외국인엔 '바가지'…페이스북 고발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외국인을 봉으로 알고 2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이나 되는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는 가지 맙시다."
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신들을 '봉'으로 여기고 현지인보다 2배에서 많게는 10배가량 되는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들을 '고발'하는 페이스북을 운영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관광 대국' 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황당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적지 않은 관광지에서 태국인과 외국인 요금이 별도 책정돼 있고 그 차이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태국인 대상 요금은 태국어로 써놓고, 외국인 대상 '바가지요금'은 영어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불합리함을 참다못한 태국 내 외국인들이 모여 이중 요금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온라인 매체 카오솟이 10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태국에 거주하며 관광지를 소개하거나 관광지들의 사기 행각을 고발하는 글을 SNS에 올려온 한 블로거가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2PriceThailand'를 개설해 활동에 나섰다.
'태국 내 두 가지 관광지 가격'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페이스북은 일부 관광지가 외국인 대상 이중 입장료를 책정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이 단체는 이런 관행이 태국 관광산업은 물론 태국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외국인 요금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이중 요금제를 운용하는 관광지를 되도록 사진과 함께 널리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개설 한 달도 안 됐지만 이날 오전 현재 4천900명이 가입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각자 자신이 경험한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요금' 사례를 사진과 함께 올렸다.
페이스북에 올린 고발 사례를 보면 남부 끄라비의 유명 관광지인 에메랄드 풀은 태국어로 쓰인 성인 요금은 20밧(약 800원)인데 영어로 쓰인 성인 요금은 무려 10배인 200밧(약 8천원)이다.
아동 요금 역시 마찬가지로 10배다.
이런 요금 편차 때문에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태국 정부가 발행하는 워크퍼밋(취업허가증)이나 태국에서 발생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가라는 말이 돌아다닌다.
이를 가지고 가면 태국인 가격으로 입장료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국립공원은 이마저도 폐지했다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표적 국립공원인 카오야이 국립공원도 입장료가 태국 현지인은 40밧(약 1천530원)이지만 외국인은 10배인 400밧(약 1만5천300원)이다.
사진을 보면 워크퍼밋이나 태국 운전면허증을 제시해도 태국 현지인 가격으로 '할인'은 안된다는 안내문이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인종차별과 다를 게 뭐냐"며 분개했다.
모두가 다 외국인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것은 아니라며 태국인과 외국인 요금이 같은 '착한 관광지'를 올리는 사용자들도 있지만, 소수다.
카오솟은 외국인 대상 이중 요금제는 외국인 관광객을 '봉'으로 아는 태국 관광업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전했다.
이런 관행은 태국인들은 국립공원과 같은 관광지를 유지하는데 드는 세금을 내기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정당화되곤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태국에서 일 때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소득세를 내고 있으며, 심지어는 태국인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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