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매체 분석…"소련의 10년 아프간전 사상자의 10배"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사상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우크라이나 및 서방 정보기관, 단체 등의 집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누적 사상자 수는 이번 달 안에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군인이 하루 1천명꼴로 전사하거나 부상하는 최근 추세에 따른 계산이다.
러시아 남성 초과 사망률과 지난 1년간 러시아 작전 강도 등을 고려하면 사망자 수는 약 2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상자 수는 러시아로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다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년) 사상자 수의 10배에 달한다. 베트남 전쟁(1964∼1973년)에서 미국 사상자 수의 4배를 넘고,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에서 영국 사상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을 보충하려면 매달 3만∼4만명 신병을 모집해야 할 만큼이며 어떻게 이같은 손실을 충당하는지 놀라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제국주의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싸우는 것임을 강조하고, 싸울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점점 더 많은 유인책과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인 출신 엘레나 라체바 옥스퍼드대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러시아의 우크라전 계약 군인의 연봉은 일반인 평균 연봉의 최대 5배인 350만∼520만루블(6천100만∼9천100만원)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자국 병력 손실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해 1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사자는 4만3천명, 부상자는 37만명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우크라이나 사상자 수가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코노미스트 집계를 기준으로 러시아보다는 적은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주로 방어적인 전투를 치르면서 드론 활용이 많았고 민주주의 국가로서 동원 가능한 병력 규모가 러시아보다 적은 데다 자국 병사의 안전을 중시하는 측면에서도 전사자 대 부상자의 비율이 러시아와 크게 차이난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외교안보 전문가 로런스 프리드먼은 러시아의 인해 전술은 "대부분 효용성이 떨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진다"며 "지치고 있다는 징후도 없이 그저 계속된다"고 말했다.
개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나토와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로서는 자국 병사를 희생시키는 소모전을 이어가는 러시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암울한 질문이 남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