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한미일 협력 강조하며 실용외교 천명…북한 문제는 원론적 수준 거론
취임 첫날 안보 중시 행보…비상계엄 이후 흔들리는 군심 다독이는 모습도
취임 첫날 안보 중시 행보…비상계엄 이후 흔들리는 군심 다독이는 모습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이상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 등에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안전이 밥이고, 평화가 경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라며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에 대비하되 북한과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시절부터 외교·안보 핵심 공약으로 강조해온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추진을 취임 일성에서도 재확인한 것이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북핵 대응과 북한과 소통 및 대화 협력을 거론한 것도 원론적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와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주변국들이 한국 신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에 주목하는 상황에 급격한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현상 유지의 토대 위에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념'이나 '가치'에 초점을 두기보다 '실용외교'를 통해 국익을 확보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이다.
'실용'과 '안정'을 키워드로 하는 외교를 펼치겠다는 점은 오후 브리핑 문답에서도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난제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언론의 질문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국가 간 신뢰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정책이라는 것은 개인적 신념이나 이런 것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관철하기 쉽지 않다"면서 이 자리에서도 '실용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해법의 유지 여부가 한일관계 향방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됐는데, 이 대통령이 직접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 전반에 대해서도 "협력할 건 협력하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가능한 현안을 뒤섞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 협력을 '투트랙'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장은 "대통령의 언급 등을 보면 안정적 외교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는 신정부의 현실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안보 중시 행보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용산 대통령실 바로 옆에 있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청사로 도보로 이동해 김명수 합참의장의 안내를 받으며 지하시설인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는 걸어서 2∼3분 거리다.
'12·3 비상계엄' 당시 김용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 등에 병력 출동을 지시한 현장이기도 한 지휘통제실에서 이 대통령은 김 의장으로부터 작전대비테세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는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등 국방부·합참 주요 직위자가 참석했고,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연합사 부사령관, 지상군작전사령관, 해병대사령관 등 주요 지휘관들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 지휘관들을 한명씩 소개받다가 방첩사가 나오지 않자 "방첩사는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동석한 군 관계자는 "방첩사는 국방부 직할부대라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는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신분이던 이 대통령 체포를 시도한 부대다. 계엄에 가담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보직해임 됐고, 이경민 참모장이 사령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이후 국방부 청사 3층 합참의장 접견실로 이동해 김 대행, 김 의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과 대화를 나누는 등 약 40분 동안 국방부 청사에 머물렀다.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국방부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후인 5월 17일 국방부를 처음 방문했고,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20일 뒤인 5월 30일 국방부를 처음 찾아갔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흔들리는 '군심(軍心)'을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김 의장과 전화통화에서 "비상계엄 사태 때 군 장병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부당한 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고, 오후에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서도 "군 통수권자로서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군의 명예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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