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호흡 맞춘 의원들 대거 발탁…첫 '86세대 총리'에 70년대생 비서실장
참모진 하마평 무성…경호처 차장에 박관천 발탁설, 성남라인 등용 관측도
참모진 하마평 무성…경호처 차장에 박관천 발탁설, 성남라인 등용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발표한 첫 인선에는 대내외적 불안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정과제 이행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대통령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 온 의원들이 중진과 초선을 가리지 않고 전진 배치됨에 따라 속도감 있게 개혁 과제를 추진할 발판을 마련했다.
사상 첫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국무총리와 첫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대통령 비서실장을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세대교체를 통해 국정 초반부터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모든 장·차관 인선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전임 정부 국무위원들과 '불편한 동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정철학 이해도 높은 당내 인사 중용…'즉시 업무 가능' 전문성 방점
이날 발표된 인사 중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수석 최고위원을 맡은 '신명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번 대선 종합상황실장으로 발탁돼 선거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 설계자로 꼽히며 강유정 대변인은 대선 캠프 대변인 출신이다.
인수위 없이 곧바로 출범한 정부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민주당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정부와 국회에서 개혁 동력을 살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즉시 업무 시작이 가능한 능력과 전문성,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치력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사를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급한 민생 회복은 물론, 경제성장과 국민 통합,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충실하게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인사를 충직함과 능력을 고려해 발탁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등이 첫 인선에서 빠진 것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중·장기적인 경제정책과 관련이 깊다"며 "지금은 당장,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경제 회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86세대 김민석, 97세대 강훈식…안보 분야엔 50년대생 베테랑 배치
이날 발표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꾀하겠다는 의미도 읽힌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위성락 실장은 50년대생이고, 김민석 후보자와 황인권 경호처장은 60년대생, 강훈식 실장과 강유정 대변인은 70년대생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 등을 지낸 김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얻을 경우 이른바 86세대 인사 가운데 첫 국무총리가 된다.
강훈식 실장 역시 사상 첫 70년대생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86세대에게 행정부를 통할하는 역할을 맡긴 데서 그치지 않고 강 실장과 강 대변인 등 97세대를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두 세대가 동시에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대통령실은 "젊은 비서실장 임명을 통해 산적한 국정 현안을 역동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문제와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랜 경험을 갖춘 베테랑인 이 후보자와 위 실장을 발탁함으로써 무게감을 더하고 세대 간 조화를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 차관 인사로 동력 확보할 듯…'성남라인' 靑 포진 관측도
이 대통령의 첫 인선은 속도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어질 다음 인사는 다소 신중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대통령은 "다음 각료인사 등은 국민 의견, 당내 인사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모을 기회를 가져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정책실장 등에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 조현 전 주유엔 대사의 외교장관 등용 예상이 나오고는 있지만 실제 조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동시에 나온다.
다만 인사청문회와 국무총리의 제청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각 부처 차관을 선제 임명함으로써 새 정부의 개혁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대통령실 비서진 인선에 있어서도 이른바 '성남라인' 등 이 대통령과 친밀한 인사들을 등용해 국정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남준 전 당 대표 정무부실장, 김현지 보좌관 등 핵심 인사들이 부속실장이나 총무비서관 등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울러 지난 대선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박관천 전 경정의 경호처 차장 발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전 경정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핵심 인물이자, 이른바 '정윤회 문건' 작성자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이정도 전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비서진에 합류해 '집무실 청와대 이전' 업무를 맡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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