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대만 광복절' 행사…中왕후닝 "통일 대업 추진"(종합)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대만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25일 중국이 대만 광복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날 정오에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 국빈관에서 대만 광복 기념일 제정을 축하하는 리셉션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리셉션에는 이날 오전 열린 대만 광복 80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한 대만 각계 귀빈과 중국의 관련 대표 인사들이 참석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기념대회 본행사 관련 내용과 참석 인사 명단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진 않았다.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이날 대만 광복 80주년 기념대회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CNA에 따르면 행사에는 왕후닝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리간제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공작부장,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부위원장,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쑹타오 대만사무판공실 주임 등이 참석했다.
왕후닝 정협 주석은 "대만 광복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중국 공산당과 국가는 기념일을 제정해 전국 각 민족 인민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수호가 굳건하다는 입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중화민족 전체의 이익과 장기 발전의 관점에서 다함께 통일의 대업을 추진해야 한다"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외세의 간섭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만의 현실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겠지만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 분열' 활동에도 결코 여지를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광복은 중국 정부가 대만에 대한 주권을 회복했다는 확실한 증거이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역사적 사실과 법리적 연결고리의 중요한 일환이라고 CCTV는 전했다.
대만 동포들이 대만 광복 기념일 제정이 시의적절하고 중대한 의미를 지닌 조치라고 잇달아 얘기했다고 CCTV는 덧붙였다.
리셉션 이후 대만 귀빈들은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을 방문해 '굴하지 않는 보물섬, 조국을 향한 충심-대만 동포 항일 역사전(展)'을 관람했다.

앞서 중국은 대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만 광복절'을 중국의 기념일로 지정해 국가 차원에서 기리겠다고 발표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전날 제18차 회의를 열어 '대만 광복 기념일 지정에 관한 결정' 초안을 가결했다면서 앞으로 매년 10월 25일 다양한 종류와 형식의 국가 기념행사를 열겠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5일자 1면에 이 소식을 실었고 CCTV와 관영 신화통신 등도 관련 특집기사들을 내보냈다.
대만 광복 기념일은 1895년부터 일제 식민 치하에 있던 대만이 19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그해 10월 25일 중화민국 국민정부에 반환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만에서는 국민당 집권 시기에는 법정 공휴일이었으나 2000년 집권한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권이 중화민국에 반환된 것을 '광복'으로 볼 수 없다며 공휴일에서 제외했었다.
민진당은 대만 고유의 역사를 강조하면서 토착 원주민이나 본성인(명·청 시대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한족) 입장에서는 국민정부도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한 외부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라 대만이 중화민국에 반환된 것을 '광복'으로 볼 수 없다며 공휴일 지정을 해제했다.
그러다가 올해 다시 '진먼다오 구닝터우 전투' 승리를 기념하는 '대만 광복 및 진먼 구닝터우 대승 기념일'을 지정하고 법정 공휴일로 회복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대만 광복절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면서 "일본과 전쟁에 실질적 공헌이 없었던 중국 공산당과도 관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왜곡된 역사 서사와 편파적인 정치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만 광복 기념일 제정이 특이한 법리 투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왕신셴 대만 정치대학 동아시아연구소 특별초빙교수는 CNA에 "이는 대만을 겨냥한 법리 투쟁의 일환이며 여러 영역 중에서도 기념일을 따로 제정한 것은 매우 특이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공산당은 과거 대만 문제를 주로 역사 해석에서 다뤘는데 '법리적 연결고리'를 꺼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훙야오난 대만 담강대학 외교국제관계학과 조교수는 "이번 기념일 제정의 가장 큰 목적과 의미는 국내 선전용"이라면서 "국제 여론전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한국에서 만날 시 주석과 대만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에 앞서 "대만 이슈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30일 부산에서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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