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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드인] 독특한 세계관 '카제나', 흥행 성공할까

연합뉴스입력
붕괴 시스템·고퀄 애니 연출은 호평 BM 설계·남성 캐릭터 비중은 혹평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메인 화면[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한동안 대형 흥행 신작이 없던 스마일게이트가 커지고 있는 서브컬처(애니메이션풍) 게임 시장을 공략하는 승부수로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카제나)'를 띄웠다.

'카제나'는 2018년 작 '에픽세븐'을 만든 스마일게이트 산하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두 번째로 선보인 모바일 게임이다.

작년 말 애니메이션·게임 페스티벌(AGF)에 이어 지난달 도쿄게임쇼(TGS) 출품까지, 카제나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서브컬처 게이머를 주 타깃으로 잡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하지만 기대감을 안고 지난 22일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카제나'에 대한 게이머들의 시선은 예상외로 엇갈리고 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전투 장면[게임 화면 캡처]

◇ 덱 빌딩 로그라이크에 독특한 '붕괴' 시스템…고퀄 애니 일품

'카제나'는 주어진 카드 덱의 구성을 전략적으로 바꿔나가며 강화하는 덱 빌딩 게임과 판마다 구성이 무작위로 바뀌는 턴제 로그라이크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다.

2017년 등장한 이래 숱한 아류작을 만들어내며 인디 게임계에 커다란 획을 그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플레이어는 제각기 다른 카드 덱을 가진 3명의 캐릭터를 조합해 스쿼드를 꾸려 전투에 나서게 된다.

붕괴 상태에 빠진 캐릭터[게임 화면 캡처]

매 턴마다 행동력은 기본적으로 3이 주어지고, 각각의 카드는 일정한 행동력 수치를 소모하기에 플레이어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공격, 방어, 회복에 분배할지 고민해야 한다.

'카제나'의 가장 상징적인 시스템은 '카오스' 탐사다.

'카오스'는 여러 개의 분기점으로 나뉜 전투와 이벤트, 휴식 공간들로 구성된 던전이다.

기본 4장의 카드만 가지고 시작하는 각 캐릭터는 카오스를 탐험하면서 '번뜩임'을 통해 새로운 카드를 개방하거나 기존 카드를 강화할 수 있고, 적을 쓰러뜨리고 아이템을 얻어 장비하는 식으로 강화된다.

카오스를 클리어하고 나면 카드 덱과 아이템 구성을 '메모리'로 저장, 카오스 탐사 외의 다른 스토리나 도전 콘텐츠에서 활용할 수 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전투 연출[게임 화면 캡처]

서브컬처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트라우마를 소재로 한 어두운 세계관도 인상적이다.

캐릭터는 2016년 작 게임 '다키스트 던전' 처럼 전투 도중 피해를 당하면 스트레스 수치가 누적되고, 정신력이 한계까지 다다르면 '붕괴'를 일으켜 최대 체력이 줄어든다.

캐릭터가 붕괴 상태에 빠진 채로 카오스를 빠져나오면 '딥 트라우마' 상태에 들어가 전투에 출전할 수 없는데, 정신 치료를 통해 기억을 소거하거나 상담으로 정신 이상을 풀어줘야 한다.

이밖에 화려한 전투 연출과 필살기에 해당하는 '에고 스킬' 사용시 등장하는 고퀄리티 애니메이션도 볼거리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트라우마 치료[게임 화면 캡처]

◇ 전략적 깊이 아쉬워…'원신라이크' BM도 마이너스

문제는 이런 독특한 요소를 버무려 만들어낸 전략적 깊이는 그리 깊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캐릭터별로 사용하는 카드 풀은 기본 4장에 '번뜩임'으로 추가하는 카드 4장까지 총 8장으로, 그마저도 효과의 발동 조건 등을 보면 대부분이 '출제자의 의도'대로 쓰도록 정해져 있다.

물론 캐릭터와 무관하게 쓸 수 있는 중립 카드도 있고,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다소 아쉽다.

또 '슬레이 더 스파이어'나 '발라트로' 같은 게임을 해 보면 알겠지만 덱 빌딩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카드를 넣는 것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카드를 삭제해 덱을 압축하는 것인데, 카오스를 돌다 보면 카드를 삭제할 기회가 극히 적다.

또 어떤 카드에서 번뜩임이 발현할지는 순전히 무작위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육성하기도 어렵다.

'카제나'의 아이덴티티인 붕괴 시스템도 무게감이 적다. 원조인 '다키스트 던전'처럼 심각한 패널티를 주는 상태 이상이라기보다는, 전투 도중 붕괴 카드 몇 장 쓰면 다시 말끔히 회복되는 디버프에 가깝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반천장 시스템[게임 화면 캡처]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원신'에서 그대로 따온 듯한 BM(수익모델) 설계도 문제다.

'카제나'의 메인 BM은 캐릭터 픽업(뽑기)과 캐릭터별로 하나씩 장착할 수 있는 '파트너' 픽업이다.

각각의 픽업은 기간 한정 픽업과 상시 픽업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중 기간 한정 픽업에는 '원신'에서 처음 등장해 악명 높은 '반(半)천장' 시스템이 도입돼있다.

반천장은 일정 횟수 안에 최고 등급 캐릭터가 반드시 한 번 등장하지만, 그 캐릭터가 목표 캐릭터일 확률은 50%에 불과한 시스템이다. 만약 50% 픽업 확률을 뚫고 다른 캐릭터가 나오면(이른바 '픽뚫'), 다시 한번 천장을 쳐야 원하는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반천장은 원하는 캐릭터를 얻지 못한 이용자가 결국 천장을 두 번 채우게 만드는, 심리의 빈틈을 파고든 교묘한 과금 구조로 악명이 높다.

달성도에 따라 보상을 주는 상품인 배틀패스가 있긴 하지만, 다른 경쟁 게임에 비해 가격 대비 보상이 인색한 편이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배틀 패스[게임 화면 캡처]

캐릭터를 한 번 뽑고 나서도 6번을 더 뽑아야 완전한 성능이 나오는 '한계돌파' 시스템도 여전하다.

원신을 비롯해 호요버스가 만든 일련의 게임은 애초에 결제를 거의 하지 않아도, 캐릭터 성장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즐길 만한 퀘스트나 탐험 콘텐츠가 많아 그런 단점이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카제나는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재화 획득에 들어가는 자원 '에테르'를 다 쓰고 나면 할 일이 없다.

스토리를 감상하려고 해도 함장 레벨을 일정 이상 올려야 진행이 가능한 구간이 등장해 흐름을 끊어먹는데, 25레벨 언저리쯤 되면 레벨을 올릴 수단이 적어서 벽에 가로막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카드 강화 시스템[게임 화면 캡처]

◇ 서브컬처 게임에 지나친 남자 캐릭터 비중

무엇보다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반발하는 지점은 지나친 남성 캐릭터의 비중이다.

'카제나'는 출시 전부터 노출도 높은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으로 10대∼20대 남성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를 주로 끌어들였다.

메인 화면에도 여성 캐릭터가 주로 등장하고, 플레이어인 '함장'도 남성으로 묘사된다.

이렇듯 명백히 남성 이용자층을 노린 게임임에도, 제작진은 '카제나'에 남자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넣는 위험한 수를 뒀다.

론칭 버전 기준 '카제나'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총 22종으로, 이 중 남자 캐릭터는 6종이고 16종이 여자 캐릭터다.

아예 성비를 50:50에 가깝게 맞췄다면 모를까, 이런 애매한 성비로는 여자 캐릭터를 기대하고 들어온 이용자도 남자 캐릭터를 기대하고 들어온 이용자도 만족시키기 어렵다.

리상에서 주인공의 존재감은 옅고, 오히려 다른 남자 캐릭터 '오웬'의 비중이 더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상의 일부 과격한 이용자들은 이를 두고 '오웬에게 여자친구를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거부감을 호소하고 있다.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스토리 대화[게임 화면 캡처]

지나치게 게임에 몰입한 게이머들의 과민반응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게임 속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의 분신인 주인공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그간 나온 서브컬처 게임에서 통용되는 불문율이었다.

제작진이나 제삼자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수는 있으나, 그것이 엄연한 소비자층의 성향이다.

성공한 한국산 서브컬처 게임인 '블루 아카이브'나 '승리의 여신: 니케'의 경우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남자 캐릭터가 단 하나도 없고, 스토리상에 나오더라도 조연으로만 나온다.

퍼블리셔인 스마일게이트 역시 이런 앞선 성공 사례를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다.

서브컬처 게임의 흥행이 무엇보다 게임 팬들의 지지라는 점에 미뤄볼 때, 이제 막 돛을 올린 스마일게이트의 '카제나'호가 헤쳐 나갈 길은 험난해 보였다.

도쿄게임쇼 2025 스마일게이트 부스[촬영 김주환]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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