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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근로자석방 왜 지연?…수갑 논쟁 와중 트럼프 돌발제안 때문(종합)

연합뉴스입력
당초 10일 출국계획→잠정보류→11일 출국예정…롤러코스터 뒷얘기 李대통령 "美, 수갑채워 이송하려해 '절대 안된다'고 밀당하느라…" 외교부 "트럼프, 숙련된 인력들 미국 잔류 검토 요청해서"
답변하는 이재명 대통령(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석방이 예정보다 약 하루 늦어진 과정에는 이들의 대우 문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잔류 요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 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당국자들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HL-GA)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석방 협상 과정을 취재진에 설명했다.

이들의 석방 예정 시점은 당초 이날 새벽이었다. 같은 날 오후 330명(외국인 14명 포함)의 근로자를 태우기 위해 대한항공 전세기도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다. 구금 시설에서의 석방이 임박한 전날 밤, 미 당국이 이를 잠정 보류한 것이다. 이유를 묻는 말에 구금 시설 측에선 "우리도 모른다. 그런데 위에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만 답했다.

시설 안팎에서 석방을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곧이어 들려온 소식은 '미국 측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미국 측 사정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이니 수갑을 채워서 이송하겠다고 (미국 측이) 그래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백악관의 지시다. 자유롭게 돌아가게 해라. 그러나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 일단 중단하고 행정절차를 바꾸느라 그랬다고 한다"고 전했다.

답변하는 이재명 대통령(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앞서 미 이민 당국은 HL-GA 단속 현장에서 이들의 팔다리에 수갑 등 속박 도구를 채우는 장면을 공개했으며, 이는 한국 국민들의 반감을 자극했다.

미 당국이 체포·구금·이송할 때 수갑이나 케이블타이를 채우는 것은 통상적 절차지만, 한국 측은 근로자들을 버스에 태워 공항으로 이송하는 도중에는 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전격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근로자들의 '자진 출국'을 보류하고 미국에 남아줄 수 없겠냐고 요구한 점도 석방 시점이 늦어진 원인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전한 '가기 싫은 사람은 안 가도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와 비슷한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위해 이뤄진 이번 단속이 미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 근로자, 특히 숙련된 전문 인력을 내쫓는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한 당혹감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루비오와 만난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미국에 돌아와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루비오 장관도 이를 존중해 일단 귀국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은 향후 미국 재입국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미국 측 약속을 받고 하루 가까이 늦어진 11일 정오께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막판에 전세기 출국 일정을 하루 더 늦춰지게 만든 직접적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자 미국 잔류' 제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공항으로의 구금자 이송 방식을 둘러싼 한미간 협상에 진통이 있었던 것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전세기 출발 시기에 일부 영향을 주었을 수 있어 보인다.

답변하는 이재명 대통령(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zheng@yna.co.kr

(끝)

'기다리던 집으로'(포크스턴[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서고 있다. 2025.9.11 m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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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박당한 채 연행되는 한국인 추정 현장 근로자 (서울=연합뉴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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