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공신' 청년 활동가 대학 행사 중 총격 피살(종합2보)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오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상당한 역할을 한 우익 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가 공개 행사 중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치적 동기에 따른 총격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기 게양을 지시했으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도 너나없이 애도 및 정치폭력 규탄 메시지를 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찰리 커크(31)는 이날 유타주 유타밸리대학에서 그의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청중과 문답을 하던 중 총에 맞았다.
청중의 누군가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총기 난사범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고 묻자, 커크는 "너무 많다"고 답했고, 질문자는 재차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전체) 총기 난사범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커크는 "갱단 폭력을 포함 또는 제외한" 수치를 묻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그 순간 총성이 한 발 울렸다.
그 직후 커크의 왼쪽 목에서 피가 솟구치면서 그가 오른손을 목 위로 올리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총격으로 토론회장은 곧바로 아수라장이 됐고 참석자들은 패닉에 빠져 대피했다. 행사에는 3천여명이 참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솔트레이크시티에 사는 브랜든 러슨은 "아주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기까지 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자신은 바닥에 웅크렸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고 NYT에 설명했다.
이 대학 3학년인 아이잭 데이비슨은 총성이 울린 후 현장이 극도의 공포 상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수사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괴한이 옥상에서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총격은 약 200야드(180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격이 커크를 겨냥해 한 발만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정치적인 동기의 암살 사건으로 추정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스펜서 콕스 유타주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극적인 날"이라며 "정치적 암살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수사당국은 아직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자 1명이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돼 용의자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해당 인물은 조사 후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타주 공공안전부 보 메이슨 장관은 용의자가 아직 도주 중이라고 말했다. AP도 1명이 연행됐지만, 총격 용의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커크의 피습 사실을 알린 데 이어 이후 1시간 반쯤 뒤 사망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그리고 전설적인 찰리 커크가 죽었다"며 "미국에서 청년의 마음을 지니고 청년들을 그보다 더 잘 이해한 사람은 없다"고 썼다.
이어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으며, 특히 내가 그랬다"며 "멜라니아와 나는 그의 아름다운 아내 에리카와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까지 커크를 추모하기 위한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보수, 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이런 종류의 폭력은 우리나라에 있을 곳이 없다. 당장 종식돼야 한다"고 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엑스를 통해 이번 사건을 "비열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커크의 유가족을 위로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추모와 규탄에 동참했다.
이날 사건이 벌어진 행사 개최를 앞두고 캠퍼스 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크게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커크의 출연을 대학 측이 금지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에는 거의 1천 명이 서명했다.
커크는 2012년 18세의 나이에 보수주의 정치운동 '티파티' 활동가 윌리엄 몽고메리와 함께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했다.
이후 2016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열렬히 그를 지지하는 운동에 나섰다. 지난 5∼6일 진행된 보수 기독교 행사 참석차 방한하기도 했다.
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개인 보좌관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이후 케이블 TV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보수 진영의 '문화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터닝포인트 행사에서 여러 차례 연설하며 이 단체의 활동을 독려해 왔다.
미국에서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폭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미네소타주 민주당 주의원 부부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지난 4월엔 민주당 소속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대선 레이스 중 두 차례의 암살 위기를 겪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