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총선 집권 노동당 신승…反이민 우익당 2위 돌풍(종합)

(브뤼셀·서울=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김아람 기자 =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8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접전 끝에 승리했다.
동시에 반(反)이민을 내세운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전진당(FrP)도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유락티브,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 99% 기준 노동당은 28%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며 전체 의회 169석 가운데 52석을 확보했다.
노동당과 연대 중인 4개의 정당까지 더한 소위 '좌파 연합'의 의석수는 총 87석으로, 근소한 차이로 의회 과반(85석)을 넘겼다.
이로써 재선에 성공한 스퇴레 총리는 이날 개표 결과가 나오고서 지지자 집회에서 "우리가 해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접전을 예상했고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며 "우파 물결에도 사회민주주의가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애초 중앙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이끌었으나 지난 2월 유럽연합(EU) 에너지지침 도입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중앙당이 연정에서 이탈하며 위기를 맞았다.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이 아니다.
당시 역사상 25년 만에 첫 단독 집권이자 소수 정부를 수립하게 된 노동당은 전기세 보조금 등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제도를 서둘러 도입했고, 격동의 시기에 '안정성'을 앞세워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10년간 나토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노르웨이 내에서 인기 있는 정치인인 옌스 스톨텐베르그를 재무장관이자 '소방수' 격으로 발탁한 것도 지지율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군사 위협이 최근 몇 달간 간 좌파 진영에 힘을 실어줬다. 노르웨이에서는 스톨렌베르그의 합류를 만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여기는 여론이 많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전진당은 사상 최고 수준인 24.7%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하며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전진당은 직전 총선에서는 득표율이 11.7%에 그친 바 있다.
의회 의석 기준으로 전진당은 이번에 4년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아진 48석을 확보했다.
이 정당은 반이민 정책 확대를 주장하고 부유세 폐지, 범죄 강력 대응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이에 이번 총선 결과가 최근 유럽 전역의 반이민 정서 확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비 리스타우그 전진당 대표는 "오늘 밤 우리는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축하할 것이며,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퇴레 총리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앞으로 4년은 국민과 기업에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ine@yna.co.kr,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