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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도 비욘세도'…세계가 반한 아프리카 패션

연합뉴스입력
글로벌 브랜드, '전통·현대 조화' 아프리카 패션 주목…현지에 공방·패션쇼 열어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패턴 원단…인구 증가와 소비력 향상에 패션 잠재력 커
2024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패션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경빈 인턴기자 = 사단법인 아프리카인사이트와 연합뉴스가 오는 13일 오후 8시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유구전시장에서 개최할 아프리카 패션쇼를 앞두고 아프리카 패션의 역사에 관심이 쏠린다.

아프리카 하면 표범이나 얼룩무늬 등 야생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세계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독특한 아프리카 패션에 일찌감치 주목해왔다.

2024년 미국 뉴욕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전시된 테베 마구구의 의상 작품[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2022년 세네갈서 첫 샤넬 패션쇼…미셸 오바마, 비욘세의 아프리카 디자이너 의상

프랑스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 샤넬은 2022년 12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2022/2023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 직접 공방을 열고 세네갈 출신의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협업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1970년대 펑크, 디스코 등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고 세네갈의 문화유산을 반영한 색상, 디자인으로 제작된 의상들이 무대에 올랐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유럽 럭셔리 브랜드가 패션쇼를 열기는 처음이었다.

외교부 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현 한·아프리카재단) 사업기획팀 전문연구원으로 일했던 강지현 대한스트릿컬처연맹 이사장은 연합뉴스에 "과거 아프리카를 단순히 영감의 대상으로 여기던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최근 현지에 직접 공방을 설립하고 패션쇼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원단 키텡게[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프리카 출신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시기는 2000년대 이후다.

에티오피아 출신 슈퍼모델 겸 디자이너인 리에 케베데는 2006년 '렘렘'이라는 브랜드를 설립했다.

렘렘은 에티오피아의 직조 기술을 보존하고 현지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테베 마구구, 나이지리아 출신 케네스 이제이는 세계적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마구구는 글로벌 패션 그룹 LVMH가 주관하는 패션 시상식 'LVMH 프라이즈'에서 아프리카인 최초로 우승했다.

이제이는 나이지리아 요루바족의 직조 기술인 '아소 오케'를 주된 디자인으로 채택하며 장인 정신을 담는 디자이너로 알려졌다.

남아공 패션 브랜드 '마코사'(MaXhosa)는 지난해 아프리카 브랜드 최초로 파리 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참여했다.

남아공 전통 부족인 코사족의 전통 직물과 공예품에서 영감을 받은 삼각형, 다이아몬드 등 기하학적 문양의 의상을 선보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팝가수 비욘세, 할리우드 스타 젠데이아 등 유명 인사들도 공식 석상에서 아프리카 디자이너의 의상을 착용했다.

특히 2023년 비욘세와 그의 댄서들은 '르네상스' 세계 순회공연에서 세네갈 디자이너 사라 디우프의 의상을 입었다.

'제8회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 패션쇼[아프리카인사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패턴…아프리카 대표 원단 '왁스 프린트'

아프리카의 패션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뿌리가 되는 전통 직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민족이 공존하는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패션 양식이 있다.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문양(패턴)이 특징인 왁스 프린트는 앙카라, 키텡게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직물로 자리 잡았다.

왁스 프린트는 면으로 된 천 위에 밀랍을 바르고 그 위에 염료를 입히는 방식으로 만든다.

흥미롭게도 왁스 프린트의 기원은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의 바틱 문양이다.

유럽인들은 이를 모방해 왁스 프린트 직물을 대량 생산했고, 그것이 19세기 중반 서아프리카 지역에 유입됐다.

현지의 고유한 생활 풍습과 경험이 더해진 왁스 프린트는 현재까지도 아프리카의 일상복 옷감으로 사용된다.

에티오피아항공 승무원들은 에티오피아 전통 면직물인 셰마에 영감을 받은 유니폼을 입기도 한다.

모로코, 튀니지 등이 속한 북아프리카의 경우 젤라바, 카프탄 등의 의상을 주로 입는다.

왁스 프린트와 달리 양모나 실크로 만들어져 헐렁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거미줄에서 영감을 받은 켄테, 진흙 염색 기법으로 만들어진 보고란 등 전통 직물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지난 7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열린 패션쇼[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잠재력 큰 아프리카 패션…"아프리카 소통의 매개"

아프리카 패션이 성장한 이면은 흥미롭다.

20세기 중반 대거 독립을 맞이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방직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 경제가 성장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늘면서 패션 산업도 전환점을 맞았다.

또 아프리카 전통 음악에 서구의 현대적 리듬이 결합한 '아프로비트'가 세계적 인기를 끌며 덩달아 아프리카 패션이 주목받았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는 2011년부터 매년 라고스 패션위크가 열린다.

닷새간 진행된 작년 행사에는 약 4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패션쇼다.

이밖에 가나의 아크라 패션위크를 비롯한 아프리카 30여개국에서 각각 독특한 개성을 담은 패션쇼가 개최된다.

패션 산업에서 아프리카의 잠재력은 엄청난 것으로 평가된다.

아프리카 패션 산업은 높은 인구 증가율과 가계의 소비력 향상 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전체 인구(약 14억명)의 60%는 패션에 민감한 25세 이하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전역의 인구는 2030년 17억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은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강지현 이사장은 "각국 정상들이 해외 방문 때 그 나라의 전통 의상을 입는 이유는 소통"이라며 "패션이 예술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매개로 아프리카에 관한 선입견을 없애고 매력을 느끼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imkb04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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